[수도권]“재무 코치 덕에 ‘빚 수렁’ 벗어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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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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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없는 보험끊고 국민연금
주먹구구 지출도 구조조정
‘희망 플러스’에 한푼 두푼
10명중 8명 “인생 전환점 돼”

11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동 사당복지관에서 최태원 CFP(오른쪽)가 희망플러스통장 가입자인 임종임 씨에게 재무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이날 최 씨는 희망플러스통장을 통해 목돈을 만들고 불필요한 보험 대신 국민연금에 가입할 것을 조언했다. 김재명 기자
11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동 사당복지관에서 최태원 CFP(오른쪽)가 희망플러스통장 가입자인 임종임 씨에게 재무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이날 최 씨는 희망플러스통장을 통해 목돈을 만들고 불필요한 보험 대신 국민연금에 가입할 것을 조언했다. 김재명 기자
Q=‘재테크’와 ‘재무컨설팅’의 차이는?

A=재테크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돈을 효율적으로 ‘모으기’ 위해 연구하는 수단. 재무컨설팅은 가계수입이 빠듯한 사람들이 돈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필요로 하는 조언.

많은 사람이 재테크와 재무컨설팅의 개념을 혼동한다. 서울시가 저소득가구 및 노숙인을 대상으로 금융재무컨설팅 서비스를 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이 의아해했던 이유다. 하지만 적은 소득으로 살림을 꾸려가는 저소득층일수록 있는 돈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재무 코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시는 저소득층이 일정액을 저축하면 매달 같은 금액을 추가로 저금해주는 희망플러스·꿈나래 통장 가입자와 ‘희망의 인문학 과정’을 수료한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재무컨설팅을 무료로 펼치고 있다. 지난해 한국재무설계(FP)협회와 ㈜에듀머니 소속 전문 재무설계사 160여 명이 1250가구에 재무상담을 제공했다. 무료라고 몇 차례 강조했지만 생각보다 선뜻 신청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내가 무슨 관리받을 재산이나 있나.” “지금 먹고살기도 바쁜데 그런 거 고민할 여유 없다.” 서비스를 소개받은 사람들이 대부분 보였던 냉소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끈질긴 권유 끝에 서비스를 받은 사람 10명 중 8명 이상은 지난해 12월 중간 모니터링 결과 “상담 결과에 매우 만족하고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고 답했다. 어떤 변화가 생긴 것일까.

○ 필요 없는 보험 대신 국민연금 가입

상담을 진행한 컨설턴트들은 저소득 가계의 문제점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우선 필요 없는 보험에 가입한 경우가 많고 뚜렷한 저축 목표가 없어 주먹구구식 지출이 많다는 것. 11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사당복지관에서 만난 임종임 씨(51·여) 씨도 그랬다. 안면장애가 있는 임 씨는 조건부 수급자로 홀로 아직 학생인 두 딸을 키우고 있다. 알코올의존증 증세가 심각했던 남편은 그에게 막대한 카드 빚만 남긴 채 노숙인이 돼 연락이 끊겼다. 이날 상담을 진행한 최태원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는 “이미 장애가 있기 때문에 매달 10만 원 넘게 내고 있는 치명적 질병(CI) 대비 보험으로는 혜택을 받을 수 없다”며 “보험을 해지하고 그 돈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임 씨는 그동안 아이들 보험료까지 합해서 소득 대비 22%의 돈을 보험에 넣고 있었다. 최 CFP는 “저소득가구 상담을 진행해보면 대부분 금융 정보가 부족한 데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실질적인 도움을 받기 어려운데도 보험에 가입해 있는 경우가 많았다”며 “보험은 월소득의 3% 선으로 가입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 재무 목표 달성으로 목돈 만들기

다음 순서는 컨설팅의 핵심인 재무목표 정하기였다. 학자금이나 결혼자금, 노후자금 등 큼직큼직한 재무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정하는 단계다. 임 씨는 우선 3년 동안 희망플러스통장에 꾸준히 저축하기로 했다. 임 씨는 지난해 3월부터 매달 10만 원씩 꼬박꼬박 저금해왔다. 앞으로 2년 뒤면 본인이 모은 돈 360만 원에 시에서 지원해주는 추가 360만 원이 모여 720만 원이 넘는 목돈이 생긴다. 이 돈은 일본으로 가서 공부하고 싶어 하는 큰딸에게 든든한 학비가 될 것이다. 최 CFP는 국민연금 가입도 거듭 당부했다. 최 CFP는 “국민연금은 소득이 적을수록 나중에 받는 금액이 더 크기 때문에 저소득가구일수록 꼭 가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시간여에 걸쳐 상담을 마친 임 씨는 “아이들이 커 갈수록 마음 한편으로 부담이 컸는데 덕분에 숨통이 트였다”고 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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