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새내기 철학 입문서’ 20선]<3>쉽게 읽는 언어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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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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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쉽게 읽는 언어철학/박병철 지음·서광사

모든 길은 명제로 통한다

《“20세기 초 언어적 전환을 시도한 철학자들은 만약 명제를 단위로 하여 철학적 문제들을 분석하면 철학은 더 이상 골칫덩어리의 복잡한 문제가 아니라 마치 과학처럼 분명하고 결정적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러한 점이 바로 로마가 고대 유럽의 중심이었던 것처럼 언어철학에서 명제가 논의의 중심이 되는 이유인 것이다.”》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수많은 철학자들이 존재, 삶, 죽음 등과 관련된 화두들을 놓고 씨름해 왔다. 그러나 20세기 초반 일부 철학자가 어려운 철학적 개념 위주로 연구되는 학문의 오류를 발견해 낸다. 많은 문제가 결국 언어를 잘못 이해했거나 사용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들이 20세기 초반 등장한 언어철학자들이다. 비트겐슈타인을 비롯해 대표적인 언어철학자들이 나타나면서 20세기 철학은 이전과 달리 ‘언어’를 새로운 철학적 탐구 대상으로 올려놓는다.

철학 중에서도 언어철학은 더 골치 아프고 딱딱한 것이라고 생각되기 마련이다.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을 전공한 저자는 이 책에서 일반인들도 언어철학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언어철학의 정의와 역사, 주요 철학자들을 소개했다.

우선 언어철학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같은 현상을 두고도 다양한 표현 방식을 동원해서 말한다. 일상생활에서는 이런 표현들이 뉘앙스는 미묘하게 다를지라도 대체로 비슷한 의미로 통용될 수 있다. 그러나 명확한 의미 규정을 바탕으로 정교한 사고를 개진해야 하는 철학자들에게 있어서는 일상어의 표현, 문법의 표현 방식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같은 사실과 생각을 여러 방식의 철학적 개념이나 언어로 표현하다 보니 혼란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난해한 철학적 개념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논리학을 접하다 보면 이들이 단지 ‘언어의 문법’ 때문에 잘못된 길로 들어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개념들이 보편성과 명료성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20세기 초 등장한 언어철학자들은 이 점을 비판하면서 ‘참, 거짓이 분명히 가려지는 명료한 언어 단위인 명제와 그것들이 이루는 언어체계’를 분석함으로써 철학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난해한 추상적 개념 대신 명제와 그 명제에 개입되는 논리의 메커니즘을 밝힘으로써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자는 것, 이른바 “모든 길은 명제로 통한다”는 것이다. 근대 철학자들은 실물과 관념의 대응관계 자체를 문제 삼았지만 이들은 개별적인 사람, 물건의 차원이 아니라 그런 사람과 물건을 포함하고 있는 문장이 담은 명제의 차원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이같이 언어철학에 대한 기본 개념을 안내한 뒤 기존의 논리학이 가졌던 문제점을 언어철학의 입장에서 점검하고, 새롭게 등장한 논리학의 특징을 소개한다. 술어논리 등 현대 언어철학을 이해하기 위한 주요 개념도 정리했다. 마지막으로 이런 기본 정보를 바탕으로 언어철학의 고전적 문제들인 ‘뜻과 지시대상의 구분’과 관련된 고틀로프 프레게의 철학, 러셀의 ‘고유명과 기술의 구분’, 비트겐슈타인의 ‘언어게임론’ 등을 근대 철학자들의 관점과 비교하며 설명했다. 다양한 예시와 친숙한 소재를 활용해 설명하기 때문에 까다롭게만 느꼈던 언어철학의 주요 개념들을 살펴보기 좋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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