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야구’ 검색 작년 2배… ‘다이어트’ 1월 단골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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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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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2009년 11월 분석… 주요 키워드 40개 선정 동아일보-NHN-LG경제연구원 조사



인터넷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보급된 지 10년, 인터넷 검색은 한국인의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취재팀은 NHN, LG경제연구원과 함께 2008년 1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누리꾼들이 네이버에 입력한 검색어 가운데 가장 많은 순으로 1000개를 골랐다. 이 중 사생활 침해 또는 명예훼손의 우려가 있거나 정치색과 종교색이 짙은 단어 등을 제외했다. 연예인 이름도 비정상적으로 많아 뺐다. 여기에 ‘김치’ ‘북한’ ‘취업’ 등 한국인의 삶을 보여줄 수 있는 단어를 더해 40개로 압축했다. 이후 각 단어가 매월 검색된 횟수를 모두 더한 뒤 조사기간인 23개월로 나눈 평균값을 기준값으로 정했다.

○ 분석 대상 40개 검색어(가나다순)


결혼 공포 김치 꿈해몽 나영이사건 날씨 다이어트 대출 대통령 대학 로또 막걸리 보수 부동산 북한 불황 비키니 성인병 소녀시대 쇼핑 스트레스 신종플루 아르바이트 얼짱 연예인 오늘의운세 오디션 우울증 임신 입시 조두순사건 주가 주식 진보 창업 취업 탈모 토익 프로야구 피임




[변하는 사회상]
쇼핑은 여자? 남성 검색량 더 많아
힘든건 남자? 여성 ‘스트레스’ 광클



아동 성폭행 사건인 ‘조두순 사건’이 알려진 올해 9월 인터넷에선 피해자의 이름을 포함한 검색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사건에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의 이름을 붙여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10월에는 ‘조두순 사건’의 검색량이 전달보다 20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한국인이 아동 성폭력 문제를 바라볼 때 피해자 중심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본보와 함께 한국인의 검색 패턴을 분석한 LG경제연구원은 “누리꾼의 사고방식이 변화하는 추세까지 검색 결과로 볼 수 있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미국산 쇠고기 협상으로 한국 사회가 진통을 겪었던 지난해 4∼6월 ‘진보’와 ‘보수’라는 단어는 평소보다 1.5∼3배나 검색이 늘었다. 쇠고기 협상이 타결된 직후인 4월에는 ‘진보’가 평소보다 2배 이상 많이 검색된 반면 ‘보수’는 촛불시위 막바지였던 6월에 급격히 늘어나는 모습이었다. 인터넷을 활용한 진보적 의견 표출이 늘었던 초기와 보수적 의견도 조명을 받았던 후기 상황이 검색 패턴에 반영된 것이다.

한국인의 삶의 양식도 검색어로 짐작할 수 있다. 여성들은 ‘우울증’과 ‘스트레스’ 등 부정적인 단어를 남성보다 더 많이 검색했다. 이 두 단어의 여성 검색 비율은 각각 62%, 61%에 이른다. 육아와 가사, 직장 생활까지 남성보다 훨씬 더 많은 고민을 떠안고 살아가는 현대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남성들의 삶도 변했다. ‘쇼핑’이란 단어는 남성(57%)이 여성(43%)보다 더 많이 검색한다. 주말보다 화·수요일 등 평일에 더 많이 검색한다. 아직도 ‘주말에 쇼핑을 하고, 쇼핑이 여자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한다면 변화된 사회상을 잘 모르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 김재문 연구원은 “남성들이 전자기기를 살 때 인터넷을 검색하고 남녀 모두 온라인쇼핑을 많이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외에도 자신의 외모를 가꾸려는 이른바 ‘초식남’ 등의 새로운 남성 유형이 나타나면서 쇼핑에 대한 고정관념도 조금씩 바뀐다는 설명이다.
[경제 생활]
‘불황’ 작년말 급증… 올 6월부터 잠잠
‘취업’ 올 들어 계속 검색량 하락세


지난해 9월 16일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자 사람들은 ‘불황’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작년 10월부터 불황의 검색량은 평소의 3배로 치솟았다. 올해 5월까지 8개월 연속 기준값을 웃돌았다.

하지만 올해 6월에는 검색량이 기준값의 85%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불황에 대한 걱정이 평균값 아래로 떨어졌다는 뜻이다. 2개월 뒤인 올 8월에야 각 경제연구소가 ‘한국 경제의 빠른 회복세’를 얘기하기 시작했지만 검색창에선 사람들이 이미 6월부터 불황을 탈출했던 셈이다. 이런 검색 패턴은 결과적으로 매우 정확했다. 올해 8월 발표된 2분기(4∼6월)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다만 실생활과 밀접한 취업 및 창업 심리는 여전히 꽁꽁 얼어붙었다. 경제지표는 좋아졌지만 체감 경기는 여전히 불황이라는 각종 조사 결과가 이번 분석 결과로도 그대로 드러났다.

지난해 초 ‘창업’이란 검색어는 기준값의 두 배에 이르렀다. 새해라는 특수성과 상대적으로 좋았던 경기 덕분이었지만 지난해 7월 창업에 대한 검색량이 기준치의 85% 수준으로 줄어들더니 올해 11월까지 17개월 연속으로 기준값 아래에서 머물고 있다.

취업도 비슷하다. 지난해 취업 시즌이 끝난 뒤 올해 2월부터 현재까지 취업에 대한 검색량은 10개월째 기준값 아래다. 특히 올해 11월은 취업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기준값의 45%에 불과해 극심한 취업난을 그대로 나타냈다.

주가에 대한 검색은 증시를 반영했다. 세계적인 금융회사들이 파산 위기에 몰리면서 지난해 10월 ‘주가’를 검색한 빈도는 기준값의 2배를 훌쩍 넘었다. 이후 주가에 대한 검색량은 완만한 증시 상승 과정을 거치며 평균값에 머물다 코스피가 1,500∼1,600 선에서 제자리걸음을 시작한 9월 이후엔 기준값의 절반 밑으로 떨어졌다. 주가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줄었다는 뜻이다.
[일상의 단면]
유명인 자살 터지면 ‘우울증’ 치솟아
‘스트레스’ 봄에 늘다가 휴가철에 하락


지난해 10월에는 갑자기 ‘우울증’의 검색이 크게 늘었다. 평소의 2배가량이었다. 탤런트 최진실 씨의 자살이 이유였다. 인기 있는 탤런트가 우울증으로 자살한 것이 사회 구성원들에게 우울증에 대한 관심을 높인 것이다. 이런 ‘우울한 검색’은 지난해 말에야 평균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우울증이란 단어의 검색은 유명인의 죽음이 있을 때마다 급격히 늘어났다. 올해 3월 탤런트 장자연 씨,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각각 스스로 목숨을 끊자 우울증에 대한 검색량은 3∼5월 내내 평소보다 30% 가까이 늘었다.

매년 반복되는 ‘우울한 시기’도 있다. ‘스트레스’라는 검색어를 보면 알 수 있다. 스트레스는 유독 봄에 자주 검색된다. 3월부터 6월까지 스트레스 검색량은 기준값보다 20%가량 많다. 스트레스가 낮아지는 건 7, 8월 여름휴가 시즌이다.

올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전통술 막걸리는 검색량에서도 높아진 관심을 보여줬다. 올해 4월부터 ‘막걸리’의 입력이 늘더니 8월에는 기준값의 2.7배로 치솟아 인기 절정임을 과시했다. 당시는 여름 휴가철이었으며 정부의 전통주 산업 육성 정책도 시작됐던 때다. 막걸리의 검색량은 올 11월에도 평균값의 2.4배로 여전히 인기였다.

막걸리 못지않은 올해의 화제는 ‘프로야구’였다. 3월에 열렸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국가대표팀이 선전(善戰)하자 이는 곧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특히 2009년 프로야구 정규리그 기간(4∼9월)의 검색량은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연초만 되면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검색어도 있다. ‘다이어트’란 단어는 1월에 기준값보다 20%가량 더 검색된다. ‘꿈해몽’도 정초에 25%가량 검색량이 늘어난다.

11월에는 단연 김장이 관심사다. 올해 11월 ‘김치’라는 단어의 검색량은 평소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초보 주부’의 김치 만들기 검색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회사원 황희정 씨(29·여)는 “한 번도 김치를 손수 담가본 적이 없어 인터넷으로 각종 사진과 동영상을 검색했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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