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文革’이 휩쓸고 간 대륙엔 낭만이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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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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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년대 중국과의 대화/자젠잉 지음·이성현 옮김/840쪽·3만5000원·그린비

1980년대 중국은 ‘낭만의 시대’.

광풍 같던 문화혁명이 1976년 막을 내리고 덩샤오핑의 정치권력이 아직 확립되지 못했던 중국의 80년대는 새 시대를 앞둔 혼돈과 열정이 혼재했던 시기였다. 시골로 쫓겨났던 지청(知靑·청년 지식인)들이 도시로 모여 인문적 지식에 바탕을 둔 학문과 문화가 우후죽순처럼 등장했다. 베이징의 시단(西單)에 세워진 ‘민주의 벽’은 80년대를 상징했다.

이 책은 당시 새로운 시 소설 미술 로큰롤 영화 등을 만들어냈던 11명을 인터뷰해 80년대를 돌아보고 있다. 11명은 아청(소설가) 베이다오(시인) 천단칭(화가) 천핑위안(중문학 교수) 추이젠(로큰롤 가수) 간양(철학자) 리퉈(문학평론가) 리셴팅(미술평론가) 린쉬둥(영화평론가) 류쒀라(소설가) 톈좡좡(영화감독)이다.

문학에선 문혁 이후 등장한 수많은 잡지를 통해 중국의 뿌리를 찾자는 ‘심근(尋根) 문학’, 물밀듯 들어온 서양 문학 사조에 호응한 ‘선봉(아방가르드) 문학’, 이데올로기의 제약에서 벗어나 모더니즘 기법을 차용해 시를 쓴 ‘몽롱(朦朧)파’ 등이 등장했다. 미술에선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을 깨고 현대미술의 장을 연 ‘싱싱(星星)회화’가, 베이징영화대를 졸업한 장이머우 천카이거 톈좡좡이 주축이 된 ‘5세대 영화’가 새 시대를 열었다.

11명은 풍성하고 자유로웠던 80년대의 문화적 분출과 흐름을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냈다. 이들은 대중문화와 물질주의가 흘러넘치게 된 90년대 이후의 중국을 바라보면서 이상과 열정이 충만했던 80년대를 아쉬워한다.

중국에선 이 책에 등장하는 11명이 80년대의 기억을 대표하느냐는 논란도 불렀다. 이들이 미국 유학을 다녀왔으며 현재 각 분야에서 성공한 위치에 올라있어 이들의 회고가 엘리트주의적 담론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았다는 것이다. 원제 ‘八十年代放談錄’(2006년).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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