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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그들과 하나됐다 느낄 때 난 비로소 카메라를 든다”

입력 2009-10-27 03:00업데이트 2009-10-27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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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한국展앞둔 ‘포토저널리즘 전설’ 세바스치앙 살가두 인터뷰

굶주림-분쟁 이상의 다양성
아프리카 대륙서 재발견
파괴되지 않은 자연 탐구로
세계적 다큐 사진작가 세바스치앙 살가두 씨가 36년 동안 찍어온 아프리카 사진을 선보이는 ‘아프리카’전이 일본 도쿄도사진미술관에서 24일 개막했다. 살가두 씨와 이 전시를 기획한 부인 레일라 씨가 전시장에 함께 자리했다. 도쿄=고미석 기자
따뜻하고 두툼한 손이다. 빡빡 깎은 머리에 군살 없는 몸매의 노신사가 부드러운 미소로 악수를 청한다. 무거운 카메라 장비를 챙겨들고 지구촌의 험한 현장을 찾아다니며 인간의 존엄성을 증언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걸작을 찍은 바로 그 손이다.

일본 도쿄도사진미술관에서 열리는 ‘아프리카’전의 개막식 참석차 도쿄를 방문한 포토저널리즘의 살아 있는 전설 세바스치앙 살가두 씨(65)를 만났다. 전시는 “나는 인류의 비극을 찍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잔혹한 상황에서도 살려고 하는 인간의 존엄을 찍고 있는 것”이라는 작가의 말을 실감나게 한다. 어떤 역경과 고난이 닥쳐도 삶을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영혼을 따스한 시선으로 담아낸 흑백사진들. 절망에서 희망을 길어올린 사진들은 내년 초 경기 고양시 아람누리 미술관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전시를 소개한다면….

“36년 동안 내가 아프리카에서 해온 작업의 르포르타주라고 할 수 있다. 분쟁, 기아, 풍경, 야생동물 등 다양한 사진을 통해 아프리카에 대한 내 시각, 내가 보고 배운 것을 보여주는 전시다. 그곳은 굶주림과 분쟁 이상의 다양성을 지닌 대륙이다. 내 사진을 통해 사람들이 아프리카를 다시 바라보면 좋겠다.”

브라질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파리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마친 뒤 다큐 사진가로 변신한다. 우연한 기회에 사진에 빠져들어 독학으로 사진을 익혔고 감마통신사와 매그넘에서 활동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그는 세계를 돌며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현실을 렌즈에 담는 장기 프로젝트를 펼친다. 브라질 금광의 헐벗은 노동자 등을 통해 노동의 의미를 캐묻는 ‘노동자들’, 분쟁과 자연재해 등으로 고향을 떠난 사람들을 다룬 ‘이주’에 이어 2004년부터 자연을 다룬 ‘창세기’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다.

―사회적 문제에서 생태와 환경으로 주제가 바뀌었는데….

“내 모든 작업은 서로 연결돼 있다. ‘노동’과 ‘이주’에서 드러난 인간 파괴는 궁극적으로 자연 파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열대우림과 사막을 담은 ‘창세기’는 문명 이전에 존재했던 자연과 생명의 뿌리를 찾는 시리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지구의 45%는 아직 파괴되지 않았다. 함께 힘을 모으면 지구의 절반은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작업이다.”

그의 사진은 분쟁, 기아, 난민 등을 소재로 하면서도 평범한 보도사진과 구별된다. 고발과 설교가 아닌, 대화와 소통을 원한다. 인간미와 진정성이 스며든 포토에세이란 미지의 영역을 개척해 얻은 결실이다.

―가혹한 현장을 찍다 보면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나.

“그렇지 않다. 나는 사진의 대상과 함께 살고 여행하면서 그들과 하나가 됐다고 생각될 때 카메라를 든다. 굶주리고 헐벗어도 그들 역시 위엄과 개성을 지닌, 나와 똑같은 인간이다. 극한의 상황에서 사진을 찍을 때는 사람뿐 아니라 모든 것을 존중해야 한다. 내 사진을 본 사람이 동정심만 느꼈다면 그것은 사진이 잘못된 것이다.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없는 현실에서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동정심이 아닌, 희망이다.”

―사진의 힘은 어디서 오나.

“사진의 힘은 내면에서, 자신에게서, 삶에서 나온다. 또 가족과 친구, 사회에서 온다. 좋은 보도사진을 찍고 싶다면 자신이 몸담은 사회를 이해 하고,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과 문화를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대표작을 한 장 꼽는다면….

“나는 글이 아닌 사진으로 말하는 스토리텔러다. 여러 사진이 한데 어우러져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에 한 장은 꼽기 힘들다.”

―지구의 미래를 낙관하는가.

“나무를 잘라내고 공기를 오염시키며 인류는 제 분수에 넘치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난 큰 희망을 갖고 있다. 내게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들이 있는데 등산 중 위험이 닥치면 가르쳐 주지 않아도 스스로를 보호한다. 이렇듯 인간에겐 생존본능이 있다. 상황에 적응하거나 저항하고 꿈을 현실로 가능하게 하는 능력이다.”

그에게 삶과 예술은 둘이 아니다. 1991년 부인 레일라 씨와 함께 고향에 ‘인스티튜트 테라’를 설립한 그는 황폐한 땅에 나무를 심고 있다. 현재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곳엔 1500에이커(약 607만 m²)의 새로운 숲이 생겨났다.

도쿄=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 렌즈 속 인간은 평등하다 ▼
日서 개막 살가두의 ‘아프리카’전
다큐사진의 예술적 경지 보여줘


24일 일본의 도쿄도사진미술관에서 개막한 세바스치앙 살가두 씨의 ‘아프리카’전은 아프리카란 렌즈를 통해 그가 걸어온 36년 사진 여정을 돌아보는 전시다. 1973년 처음 아프리카에서 촬영한 작품부터 르완다 등 분쟁현장의 참상을 기록한 사진, ‘국경없는 의사회’와 협력해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취재한 ‘사헬’ 시리즈, 웅장한 자연풍광을 담은 ‘창세기’ 시리즈까지 비극과 감동이 공존하는 100여 점과 만날 수 있다.

전시장에선 일찍이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음에도 서구의 식민지 시대를 거치면서 끝없는 분쟁과 가난에 시달려온 아프리카 대륙의 희로애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전쟁과 내란이 빚어낸 무고한 희생, 지독한 가난 때문에 뼈와 가죽만 남은 아기의 사진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하지만 난민 캠프에서 인간과 소 떼가 어우러져 분주한 하루를 시작하는 사진에서는 신비한 활력이 흘러넘치고, 아이들과 함께 렌즈를 응시하는 젊은 엄마의 모습은 ‘피에타’처럼 성스럽게 다가온다.

가혹한 풍경과 누추한 삶을 찍을 때도 그 속에 인간의 숭고한 존엄과 기품을 녹여내는 것이 살가두 씨 사진의 미덕. 그의 작품이 늘 그렇듯 이번 전시도 사진 속 피사체나, 사진을 찍는 작가나, 그 사진을 바라보는 사람들이나 조금도 다르지 않은 똑같은 인간임을 깨우쳐준다. 전시를 둘러본 일본의 원로 보도사진가 이마조 리키오 씨는 “일반적으로 다큐 사진은 잔혹하고 비참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살가두 씨는 같은 소재를 다루면서도 인간미와 독특한 아름다움이 스며든 서사시로 풀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 시대 최고의 포토저널리스트가 기록한 아프리카의 삶과 현실. 사진을 통해 이 대륙을 다시 바라보는 것은 경제성장이란 이름 아래 인간적 가치를 훼손하는 삶의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성찰하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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