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주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이틀째 노골드.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고 있는 2009세계태권도선수권에 출전한 한국은 15,16일(한국시간) 이틀간에 걸쳐 남녀 6체급이 정상 도전에 나섰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 남자 87kg급의 남윤배 만이 은메달을 따냈을 뿐 나머지 5명은 입상권에도 들지 못했다. 한마디로 ‘망신’이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출전 가능한 4체급에서 금메달을 싹쓸이를 했던 한국 태권도가 왜 이렇게 부진할까. 이번 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전자호구가 최대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자호구는 올림픽 종목으로서 태권도의 최대 약점 중 하나인 ‘판정 시비’를 불식시키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전자호구 때문에 발목이 잡힌 꼴이다. 세계태권도연맹(WTF)이 이번 대회에 공인한 유일한 제품은 라저스트사의 전자호구. 그러나 국내 대회를 관장하는 대한태권도협회는 KP&P사의 전자호구를 공인했고, 실제로 코리아오픈 등에서 사용됐다. 한 태권도 관계자는 “세계무대에서 사용하는 제품을 뻔히 알면서도 국내에서 다른 제품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꼴이다”면서 “대한태권도협회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것이 이번 대회 부진의 원인이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