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한호]공군 조종사 이직 막으려면 계급정원 늘려야

  • 입력 2009년 10월 16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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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123억 들인 군조종사 민간유출 심각하다’는 제목의 기사를 최근 보도했다. 고액의 연봉을 쫓아가는 공군 조종사의 사명감 없는 행동으로 비치기도 하고 안보상 문제는 없는지 걱정하는 국민도 많으리라 생각한다. 조종사의 민간 유출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거의 15년 넘게 국정감사 때만 되면 제기됐다. 이럴 때마다 당국이 나름대로 대책을 세웠지만 조종사 유출은 해마다 더욱 늘어나 공군 전력운용이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

공군 조종사는 어느 병종보다 어렵고 위험한 훈련을 매일 반복한다. 전후방이 따로 없어 어느 기지에 근무하든 항시 비상대기태세를 유지하고 전시에는 가장 먼저 적과 조우해야 한다. 전투를 수행할 병사나 부사관이 있는 것이 아니고 조종사 스스로 최선봉에서 극단의 치열한 전투를 직접 수행해야 하므로 특별한 작전기간이나 전시상황과 다를 바 없는 고강도 훈련에 밤낮없이 매달려야 한다.

반면 급여를 비롯한 여건은 민간항공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 무엇보다 직업의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데 가장 큰 문제가 있다. 민간항공의 경우 60세까지 정년을 보장하고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65세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군에서는 계급정년 제도가 있어 상위 계급으로 진급하지 못하면 소령 45세, 중령 53세, 대령 56세에 전역해야 하는데 공군 조종사의 대령 진급률이 30% 수준에 지나지 않아 대부분이 53세 또는 그 이전에 전역해야 한다.

이렇게 어렵고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충성스러운 우리 공군 조종사들은 자신이 전쟁억제의 핵심 전력이고 유사시에는 가장 먼저 적의 심장부를 괴멸시킬 수 있다는 긍지와 투철한 군인정신으로 개인의 안위나 금전적 이익 따위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영공방위임무 완수에 전념한다. 하지만 모든 조종사가 한결같을 수는 없다. 더구나 가족까지 같은 생각을 하도록 만들기는 결코 쉽지 않다.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제기된 문제에 군과 정부는 어떤 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해 왔는가.

항공수당은 영관 월 91만 원, 위관 71만 원으로 지난 수년간 거의 동결됐다. 연장근무를 유도하기 위해 항공수당 가산금 제도를 도입했으나 연간 100만 원씩 6년간 600만 원을 지급한다. 민항조종사와 군조종사의 1년간 급여 차액의 5분의 1도 안 되는 금액을 6년에 나누어 지급하면서 연장근무를 유도한다니, 대책이라기보다 오히려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 않는지 우려된다.

조종사의 직업 안정성을 보장하려면 56세까지 근무할 수 있는 대령의 정원을 늘리는 일이 기본적인 대책이다. 지난 10년간 공군의 대령 직위는 합동참모본부와 방위사업청에 37석이나 늘어났는데도 모두 공군의 다른 부대 대령 직위를 삭감하여 충당했을 뿐 정원은 4석이 늘어나는 데 불과하다. 제대로 된 대책은 군인사법을 개정하여 10년이던 조종사의 의무복무기간을 15년으로 늘린 것뿐이다. 다시 말해 강제로 붙잡아 두는 것 외에는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았다는 말이다.

항공수당을 인상하고 가산금을 지급하려면 연간 50억∼6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적은 예산은 아니지만 조종사 한 사람의 양성 비용이 100억 원 이상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1년에 한 명만 남아도 이익이라는 계산이 되니 충분히 지출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또 대령 정원을 70석 정도 늘려서 현재 30% 수준인 대령 진급률을 60% 수준으로 높이고 대령으로 진급 못한 인원은 군무원 자격으로 비행교관 등의 직위에 종사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조종사의 장기복무 유도가 가능한 수준의 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하기를 기대한다.

이한호 전 공군참모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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