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뤄낸 업적보다 이뤄낼 ‘꿈’에 상을 주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10일 02시 58분



2009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올해 7월 러시아를 방문해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는 모습. 이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핵무기 추가 감축을 위한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2009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올해 7월 러시아를 방문해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는 모습. 이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핵무기 추가 감축을 위한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 오바마 美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에 세계가 깜짝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한 것은 그가 이뤄낸 업적보단 그가 보여준 ‘꿈’에 더 방점이 찍혀 있다. 위원회는 이를 숨기지 않았다. 위원회는 선정 이유로 “오바마만큼 인류가 더 나은 세상을 희망할 수 있도록 만든 이는 세상에 드물다. 핵무기가 없는 세상을 향한 그의 비전과 활동은 국제정치에 새로운 기후를 창조했다”고 꼽았다.》
노벨위원회 “핵없는 세상 향한 비전으로 인류에 희망 줘”
고전중인 오바마에 단비… 국내외 쟁점 ‘노벨상 효과’ 기대

○ 내우외환 오바마에게는 단비
이번 노벨평화상 수상자 결정은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몹시 반가운 소식이었다. 219년 미국 헌정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미국뿐 아니라 세계인의 기대를 한 몸에 안고 백악관에 입성한 오바마는 취임 후 안팎의 거센 도전에 시달려 왔다. 중동평화협상을 비롯해 △러시아와의 군축 및 핵 없는 세상 구현 △아프가니스탄전쟁 해결 등 야심 찬 구상을 밝혔지만 현실은 그다지 녹록하지 않았다. 건강보험 개혁, 이민법 개혁, 교육 개혁 등 국내 문제를 다루는 데도 공화당을 비롯한 미국 내 보수파의 반대가 발목을 잡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덴마크 코펜하겐 현지 방문까지 감행하며 총력전을 기울였던 2016년 시카고 하계올림픽 유치전까지 실패로 돌아가자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적지 않은 정치적 내상(內傷)을 입었다”고 평가했다.
○ 스마트 외교 공감대 확산될 듯
그런 점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은 그의 국제문제 해결에 순풍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조하는 바탕 위에 화합하며 지도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하겠다고 천명한 오바마 대통령의 스마트 외교노선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가 더욱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첫 국제전화 대상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마무드 아바스 수반을 선택했다. 6월 이집트 카이로에서 행한 연설에서도 이슬람 문명과의 화해를 선언하며, 중동평화협상에서 이스라엘에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브로커’가 될 것을 다짐해 박수를 받았다. 또 4월 체코 프라하의 ‘지구촌 비핵화 비전’ 연설, 7월 러시아 모스크바의 ‘미-러 관계 새 출발(reset)’과 가나 수도 아크라에서 행한 ‘아프리카의 미래’ 연설은 모두 미국이 먼저 악수하는 손을 내밀겠다는 적극적인 외교 의지를 담았다. 오바마 대통령의 지난달 유엔총회 연설의 주제도 일방주의의 포기였다.
○ 국내 문제도 효과 기대
국제정치 분야에 비해서는 제한적이겠지만 국내 문제 개혁 분야에서도 노벨평화상 효과를 일정 부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고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지난해 대선에서 자신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중도파의 이탈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세계의 인정을 받은 지도자라는 후광을 이용해 자신의 지지기반 확대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냉혹한 국제정치의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세계의 많은 지도자들이 중동평화협상 중재 노력을 인정받아 노벨상을 받았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 정착은 요원하다. 이란과 북한의 핵무기 획득 노력 역시 체제의 사활과 직결되는 문제인 탓에 미국의 구상에 순순히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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