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나로호, 아쉽지만 희망 있다

  • 입력 2009년 8월 26일 02시 55분


우리나라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가 예정된 궤도 진입에 실패함으로써 ‘부분 성공’에 그치고 말았다. 어제 오후 5시 성공적인 발사에 환호했던 국민은 얼마 후 이 발사체에 탑재된 과학기술위성 2호가 궤도에 진입하지 못했다는 소식에 아쉬운 마음을 달래야 했다. 우주기술의 높은 벽과 후발 주자로서의 한계를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얻은 게 더 많다. 우리나라는 1992년부터 지금까지 11개의 인공위성을 발사했지만 모두 외국 우주발사장과 발사체를 이용했다. 사상 첫 국내 발사에서 우리는 우주로켓 기술 가운데 가장 어렵다는 발사체 발사를 정상적으로 수행해 내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 로켓의 설계 개발 조립 운영 등 발사 전 과정에 걸쳐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한 것은 향후 우주개발의 후속 작업을 위해 큰 힘이 될 것이다.

나로호의 부품 가운데 러시아에서 제공한 1단 로켓을 제외한 2단 로켓, 연료통, 위성 본체 등이 모두 국내 기술로 제작됐다. 160여 개 국내 기업이 발사체 제작에 참여한 것도 산학 협동을 통한 첨단기술의 개발에 기여할 것이다. 우리 기술로 제작된 발사대 역시 러시아로부터 공동 작업 제의를 받을 만큼 평가를 받았다.

궤도 진입에 실패한 과학기술위성 2호의 기능은 대단한 것이 아니어서 정상 궤도를 돌지 않거나 위성을 잃어버렸다고 해서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내년 5월에는 이번 발사체와 똑같은 쌍둥이 나로호 발사가 예정돼 있다.

그럼에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기술진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위성의 궤도 진입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은 원인을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로켓에 추진제(연료)를 너무 많이 주입해 발사체가 목표보다 더 높이 올라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확한 규명이 필요하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했다”고 밝힐 만큼 최선을 다한 항공우주연구원의 연구진은 용기를 잃지 말고 새롭게 주어진 도전에 과감히 맞서야 한다. 현재 러시아의 발사체 기술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기술 자립도를 높이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여기에서 우주개발의 꿈이 좌절될 수는 없다. 우주발사체는 첨단 기술력의 집합체다. 발사체 하나에 30만여 개의 부품이 들어가고 수많은 부품이 한 치의 오차 없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기능을 발휘해야 발사에 성공할 수 있다. 발사를 이뤄낼 수 있는 과학기술 역량을 갖췄을 때 우리는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다. 우주산업은 21세기 새로운 국부(國富)를 창출할 신기술의 원천이다. 우주로의 대장정(大長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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