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종플루 ‘대유행’ 대비 급하다

  • 입력 2009년 8월 21일 02시 58분


신종 인플루엔자가 무섭게 번지고 있다. 올해 5월 국내 첫 환자가 나온 이후 한 달 만인 6월 20일 확진환자가 100명을 넘어섰고 7월 23일 1000명을 돌파했다. 지금까지 확진환자 2417명 가운데 2명이 사망했다. 해외에 다녀오지 않고 환자와 직접 접촉하지도 않은 사람들 사이에 감염이 급증하고 있다. 이런 속도라면 가장 나쁜 시나리오인 대유행(팬데믹)이 현실화할 우려가 있다.

유학생 귀국 시기와 휴가 시즌을 맞아 환자 급증이 예상됐는데도 방역당국의 대응은 허술했다. 정부는 7월부터 신종플루 감염자가 급증하자 대책의 초점을 ‘예방’에서 ‘치료’로 전환했다. 이후 공항 검역이 철저히 이뤄지지 않아 확산을 부추겼다. 사태 초기 사망자가 없다는 점에 낙관론이 일면서 국민도, 정부도 경계심이 느슨해졌다. 내주 학교들이 개학하고 곧이어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더 기승을 부릴 수 있다.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가 세계적으로 1800명을 넘어서면서 각국은 치료제(항바이러스제)와 예방백신 확보에 ‘전쟁’을 치르는 듯한 양상이다. 미국은 치료제인 타미플루 물량을 국민의 50%, 영국은 30%, 일본은 25%가 쓸 수 있을 만큼 확보했는데도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추가 주문을 하고 있다. 대량 감염을 막기 위한 백신의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캐나다와 네덜란드는 전 국민에게 접종할 분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비교하면 한국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 정부가 보유한 치료제는 247만 명분이다. 정부 계획대로 연말까지 300만 명분을 더 확보한다고 해도 전체 국민의 11%분에 불과하다. 정부는 치료제 비축량을 인구의 15∼20%까지 늘리고 27%가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을 확보하겠다고 어제 발표했지만 이 정도로는 안심하기 어렵다. 정부는 비축 물량을 늘리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철저한 검역과 신속한 확진검사도 필수적이다. 국내 첫 사망 환자는 열이 기준치보다 약간 낮다는 이유로 공항 검역을 통과했으나 나중에 폐렴 합병증을 일으켰다. 정부는 의심 환자를 대상으로 조속히 감염 여부를 가리고 치료를 받도록 하는 시스템을 대폭 보강해야 한다. 대유행을 막기 위해선 손 씻기와 기침예절, 마스크 착용 등 개인들의 위생수칙 준수가 중요하다.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신종플루는 관계 당국과 온 국민이 힘을 합쳐야 이겨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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