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反인륜 테러에 무방비로 희생돼야 하나

  • 입력 2009년 6월 17일 03시 00분


올 3월 예멘을 여행하던 한국인 관광단이 폭탄테러를 당한 악몽이 가시기도 전에 예멘에 체류하던 한국인 엄영선 씨(34·여)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엄 씨와 함께 어린이 한 명을 포함한 외국인 6명도 처참하게 살해됐다. 이번 테러가 예멘 내 반군 세력에 의한 것인지 테러조직인 알카에다 소행인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어느 쪽이든 무고한 인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반인륜 범죄자들을 찾아내 엄단해야 마땅하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경제활동, 봉사 또는 선교 목적으로 해외에 체류하는 국민이 늘면서 테러의 대상이 되는 일이 잦아졌다. 2004년 이라크에서 김선일 씨가 피살됐고,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분당 샘물교회 선교사들이 납치된 뒤 살해됐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엄 씨처럼 위험지역에 나가 있는 민간인들을 제대로 파악이나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정부는 재외국민의 안전을 위해 좀 더 체계적인 경보 전달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3월 예멘 시밤 지역 폭탄테러로 관광객 4명이 사망한 이후 정부는 예멘을 여행경보 3단계인 ‘여행 제한지역’으로 지정했으나 이번에 또 끔찍한 사건이 터졌다. 일본에서는 정규 뉴스가 끝날 때마다 방송사들이 일기예보처럼 ‘해외안전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납치사건이 빈발하는 예멘에서는 총기 소유가 합법화돼 있다. 국민 1명이 평균 총기 3정을 소유하고 있다 보니 총기 사고도 자주 일어난다. 남북 예멘 통일 이후 정국 불안으로 경찰이 치안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알카에다를 비롯한 테러조직들이 암약하며 외국인을 공격대상으로 삼는 불안한 나라다. 정부는 이런 정보를 국민에게 다양한 채널을 통해 알릴 의무가 있다.

불상사를 막기 위해선 정부의 노력 못지않게 국민 각자가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진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이슬람지역에서 타 종교의 선교 활동은 테러조직의 목표가 되기 쉽다. 엄 씨의 부친은 “이번이 두 번째 선교활동이었다”고 말했다. 분당 샘물교회 선교사들의 충격적인 사건이 기억에 생생한데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 안타깝다. 종교계에서도 선교사 파견지역에 대한 주의와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 국제테러에 안전지대는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위험지역 여행객일수록 스스로의 신변 안전을 지키려는 노력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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