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배용]박물관, 창조적 문화공간 변신을

  • 입력 2009년 5월 19일 02시 55분


국립중앙박물관이 2005년 10월 28일 용산으로 이전 개관 후 3년여 만에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이 10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1909년 창경궁 제실박물관이 대중에게 개방된 이래 10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관람객 1000만 명 돌파의 의미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박물관이 이미 우리 국민의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는 사실이다. 과거 소수만이 누리던 문화시설이 이제는 일반인이 즐겨 찾는 대중문화시설이 됐다. 이는 문화의 시대에 있어서 매우 고무적인 현상임과 동시에 일제강점기와 광복 이후 6·25전쟁기를 거쳐 오면서도 우리 것의 소중함에 대한 조상의 숭고한 지킴의 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음을 특별히 기억해야 한다.

중앙박물관 이전후 관람객 1000만

흔히 문화가 살아야 민족이 살고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고 일컫는다. 세계화 시대에 민족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일깨우는 데 박물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유물의 내용과 그 시대정신을 읽을 때 우리 문화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지키고 가꾸게 된다. 나아가 시대에 따라 우리 조상의 지혜로 만들어낸 유물을 통해 다음 시대로 넘겨주는 역사의 이어짐과 사명을 갖게 되고 그래야 지난해 숭례문 화재 같은 가슴 아픈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문화의 시대에 있어서 국가 경쟁력 요체는 창의력이라고 얘기한다. 창의력 제고의 기반이 되는 점이 바로 박물관에 있는 무궁무진한 문화유산이고 문화 콘텐츠이다. 많은 국민이 박물관을 더 많이 찾을수록 국민의 문화적 소양과 창의성이 높아지고 국가의 경쟁력이 그만큼 강화된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이와 같이 박물관은 21세기 문화 및 지식산업의 원천으로 중요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세계화의 영향으로 박물관을 통한 활동이 주요 국가의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새로운 요소로 작용한다. 한 나라가 자국의 문화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독특하고 정체성 있는 문화를 어떻게 재생산하느냐가 국가의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로 작용하는 셈이다. 또 박물관은 역사와 문화, 언어, 예술을 포괄하는 다문화 교육의 중추이자 문화 소통의 촉매 역할을 담당한다. 더 나아가 박물관이 새로운 형태의 지식 창출과 정보 생산의 발산지로서 기능한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앞으로 박물관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관람객이 크게 늘어나는 이때에 박물관이 제 역할을 하는지, 환경 변화에 따른 끊임없는 자기 변신을 하는지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다. 지금까지 박물관이 유물의 수집, 보존, 조사연구, 전시의 기능에 만족했다면 21세기 문화 중심 사회에서 박물관의 모습은 기존 기능을 확대 보완하면서 명실공히 첨단과학 기술을 활용한 전시 기법, 사회 교육, 문화 행사를 강조하는 창조적 복합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해야 한다.

창의력 키우는 콘텐츠 개발해야

아울러 박물관과 관련된 내외부 전문가와 소수의 애호가층이 주종을 이루었던 공급자적 관심보다 박물관을 이용하는 일반 대중 이용자의 관심이 중심이 되는 방향으로 확대돼야 한다. 현대 정보화 시대에 이용자의 편의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전산화 시스템을 갖춰 지식정보 센터의 기능을 보강하고, 다양한 문화상품의 개발을 통한 대중성을 확보하면 박물관에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는 힘이 된다. 또 우리 박물관이 한 단계 도약할 전환의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는 물론 국민의 더 많은 관심과 참여가 무엇보다도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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