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능 성적 공개, 의미 있지만 미흡하다

  • 입력 2009년 4월 16일 02시 58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005∼2009학년도 수능 성적 자료를 공개한 궁극적 목적은 학생들의 학력을 가감 없이 드러내 지역 간 학교 간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학생들의 실력을 향상시키는 데 있을 것이다. 올 2월 공개된 전국 단위 학업성취도 결과와 마찬가지로 수능 성적자료 공개를 통해서도 시도 간, 시군구 간 그리고 학교 간 학력 격차가 엄연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만큼 교육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

정부는 지난달 성적 공개 방침을 확정하면서 개별 학교명과 학생 이름은 일절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에는 16개 광역시도의 성적만 공개됐지만 일단 물꼬가 트인 이상 시군구와 학교별 성적 공개도 시간문제가 될 것이다. 정확하고 투명한 평가 결과야말로 이념과 주장을 뛰어넘는 교육정책의 기초 자료이다.

‘어느 학교가 잘하느냐’는 당장의 관심사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수능 성적과 교장 리더십, 교사의 열정, 학부모의 경제수준, 사교육과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규명하는 일이다. 학력차를 낳은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나와야 맞춤 처방도 가능하다. 그러나 어제 공개된 자료는 성적과 사회경제적 변인(變因)과의 관련성을 보여주기엔 부족한 점이 많아 아쉬움을 남긴다.

성적 자료를 1∼4등급(40%)은 1그룹, 5∼6등급(37%)은 2그룹, 7∼9등급(23%)은 3그룹으로 나누어 공개한 것도 지나친 소심증이다. 1그룹만 해도 서울대부터 지방 중위권 대학까지 모두 갈 수 있는 성적인데 이렇게 모호한 자료로 어떻게 지역 간 학력실태를 파악해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 선택에 도움을 받을 수 있겠는가. 수능 성적 상위권이 서울에 몰려 있다는 점에서 1, 2등급만 묶어 발표했어도 결과는 상당히 달랐을 것이다.

이번 성적자료 공개는 정부가 의지를 갖고 했다기보다는 여론의 압박에 떠밀려 나온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수능 성적 공개에 결단을 내린 것은 잘한 일이지만, 이왕 할 바엔 좀 더 정확하게 그리고 국민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공개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전교조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며 수능 성적자료 공개를 비난하고 나섰다. 공허한 이념논쟁이나 ‘깜깜이 교육’에 안주하는 자세로는 미래세대의 창의력과 경쟁력을 기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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