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문기]예비군 정예화로 튼튼한 국방을

  • 입력 2009년 4월 3일 03시 02분


제2차 세계대전 초기인 1939년 스탈린의 붉은 군대는 탱크와 항공기를 앞세워 북유럽의 약소국 핀란드를 침략했다. 소련은 손쉬운 승리를 장담했으나 지형의 이점을 활용한 핀란드에 연속적으로 패배했다. 초기전투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핀란드의 승세는 오래가지 못한다. 얼마 되지 않은 예비전력이 곧 고갈되자 소련에 굴욕적인 항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잘 싸우는 상비군이 있어도 이들을 지속적으로 뒷받침할 예비전력이 부족하면 결코 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는 전사상의 사례다.

이듬해인 1940년 히틀러의 독일군은 스위스에 프랑스로 가는 길을 내달라고 위협한다. 스위스는 단호히 거부했다. 스위스는 평소 집집마다 무기를 보관하고 예비군 훈련을 하는 나라였다. 48시간 안에 40만 명의 예비군을 동원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이를 잘 알았던 히틀러는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방향을 돌렸다. 스위스라는 벌집을 건드리기보다는 차라리 우회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잘 준비된 예비전력이 스위스를 세계대전의 참화로부터 지켜냈다. 예비전력이 전쟁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값비싼 교훈이자 엄중한 경고다.

전문가들은 한반도에서 앞으로 일어날 전쟁이 현역과 예비역, 군인과 민간인, 전방과 후방이 따로 없는 총력전이 될 것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따라서 예비군의 즉각적인 전력 발휘 여부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예비전력의 즉각적인 발휘는 어떻게 가능한가? 평소에 상비군 못지않은 장비를 갖추고 새 전술로 훈련해야 한다. 동시에 가장 짧은 시간에 동원해 필요한 곳으로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수많은 중동국가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오히려 그들을 능가하는 이스라엘과 세계 곳곳에서 경찰국가 역할을 수행하는 미국의 예비군이 바로 정예화된 예비군의 좋은 사례라 할 것이다.

돌이켜보면, 우리 예비군은 1·21사태와 울진·삼척 공비침투 등 수많은 대간첩작전을 수행하며 지역방위의 초석이 됐다. 재해 재난 복구에 앞장서며 경제성장의 역군으로서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오늘날 우리 예비군의 모습은 어떠한가? 아직도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사용하던 칼빈 소총을 개인화기로 사용한다. 어디 소총뿐인가? 예비전력 정예화를 위한 현주소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국방예산의 1.1%만을 예비전력에 사용한다. 그나마도 인건비를 제외하면 투자비는 0.3%인 749억 원에 불과하다. 장비의 열세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만으로 극복하는 일은 고대 전투에서나 가능했다.

다행스럽게도 국방개혁 2020에는 예비전력의 정예화에 많은 비중을 할애했다. 예비군 관리조직을 신설하고 현대화된 무기체계로 무장하여 효율성을 제고하고, 평시 국가동원 자원의 방대한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정부부처와 군부대 간 연동체계를 갖추고 전시에 즉각 활용할 수 있는 국방동원정보체계를 발전시킨다고 한다. 실전 같은 훈련이 가능한 훈련장을 신설하고 시뮬레이션 장비도 보강토록 계획했다. 문제는 실천이다. 예비전력 문제는 계획은 그럴듯하되 실제 적용 과정에서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모습을 수없이 봤다. 창설 41주년(3일)을 맞아 예비군이 무서워 적이 감히 도발할 엄두를 못 낼 정도로 강한 전사, 강한 예비군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김문기 대한민국 재향군인회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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