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연차類기업인 지금은 없나

  • 입력 2009년 3월 27일 02시 58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1990년 연예인과의 ‘히로뽕 성매매’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중소기업인이다. 그는 다시 재기해 불같이 기업을 일으켰다. 대통령수석비서관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검찰간부 등에게 돈을 주고 이권을 따내거나 방패막이로 삼는 전형적인 정경유착이 그 뒤에 도사리고 있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박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 도움을 받아 농협 자회사 휴켐스를 인수한 데 따른 이득만도 320억 원에 이른다. 그는 이렇게 번 돈을 듬뿍듬뿍 뿌렸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박 회장이 웬만한 직위의 상대에게 돈을 줬다 하면 억대였다.

그의 돈을 받은 정관계 인사들의 이름이 자고 나면 새로 드러난다.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필요성을 제기했고, 공성진 최고위원은 특검(특별검사제) 도입 가능성을 언급했다. 노 전 대통령의 직접 연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형님’이 호가호위(狐假虎威)한 것은 틀림없다. 이런 상황을 방치한 것만으로도 노 전 대통령의 책임은 무겁다. 역대 정권의 정경유착을 끊겠다고 큰소리친 정권이 이런 부패의 늪에 빠진 것은 건전한 비판을 묵살했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은 언론에서 형과 측근의 작은 비리를 들추어내도 억울한 희생양인 양 이들을 감싸기에 바빴다. 그때라도 노 전 대통령이 ‘형님’과 측근을 감시하고 챙겼더라면 이 지경으로 추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집권 내내 도덕성을 코에 걸었던 자칭 진보정권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타락했는지 국민은 속은 심정이다. 언제까지 정권 핵심부가 기업 돈을 받아먹는 후진국형 부패에 빠져있어야 하는가.

정치권력과 기업의 유착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급속한 경제발전 과정에서 기업인과 정치권력이 정치자금을 매개로 각종 이권과 특혜 대출을 주고받으며 공생관계를 이루었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이후에도 구조조정과 공적자금 투입과정에서 부실기업주와 자칭 진보정권이 유착했다. 공적자금을 받은 부실기업인들은 거액의 비자금을 만들어 정치인에게 제공하고 국민의 혈세를 빼돌려 그들만의 잔치판을 벌였다.

대기업은 과거에 비해 투명해졌고 불법 정치자금도 많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제2, 제3의 박연차가 독버섯처럼 돋아날 가능성이 남아있다. 그런 기업인들은 부패에 취약한 권력자를 귀신같이 알아내 기생한다. 양건 국민권익위원장은 “어느 정권이든 집권 2년차가 되면 부패가 슬슬 드러난다”고 말했다.

집권 2년차인 이명박 정부의 권력 주변에도 박연차 아류가 될 만한 인물들이 적지 않다. 공기업 사장에서부터 정부 부처의 국장 과장에까지 특정 학교와 특정 지역이나 교회의 인맥이 작용한다는 시중의 소문이 그치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 주변에 바로 박연차류의 인물이 빌붙으려고 할 것이다.

기업인 80%가 뇌물을 바치는 러시아에서는 뇌물시장의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20%로 본다. 뇌물만 없어도 러시아 GDP가 20%는 늘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부패란 정경유착으로 국민의 혈세와 국고를 축내는 약탈 행위와 같다.

박연차가 대통령수석비서관을 비롯해 국회의원 검찰 등 권력기관을 뇌물로 주무를 수 있었던 것은 진실이든 허위든 대통령의 권력을 빌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박연차류를 막기 위해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은 세상이 다 아는 ‘경남대통령 형님’의 위세와 측근들의 비리를 혼자만 몰랐다. 이 대통령은 박연차류 기업인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초장부터 부패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 썩은 진보에서도 악취가 진동하지만 ‘부도덕한 보수’는 정권의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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