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홍국선]녹색산업 기술선점에 미래 달렸다

  • 입력 2009년 2월 28일 03시 03분


달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세계적인 미래 석학 중 한사람인 레스터 서로 교수가 그의 저서 ‘세계화 이후의 부의 지배’에서 던진 말이다. 그의 말을 빌리면 토지 소유권은 농업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필요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긴, 수렵이나 유목생활을 하다 먹을 것이 없어지면 자리를 옮겨야 하는 원시인에게 토지를 소유한다는 행위가 무슨 의미가 있었겠나 싶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달로 석탄 채굴이 가능해지고 심해 유정 시추가 시작되면서부터는 달라졌다. 이전에 생소했던 광업권이나 해저의 소유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분쟁이 끊이질 않는다. 이런 의미에서 소유권이라는 개념은 매우 흥미롭다는 것을 깨닫는다.

소유권의 개념과 영역이 점차 확대되고 다양해지는 현상은 특허나 저작권과 같은 지식재산의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휴대전화를 열심히 만들어서 파는 일은 기업의 몫이지만 외국의 몇몇 기업은 휴대전화에 사용된 핵심 특허를 갖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앉아서 몇 조 원씩 받아간다.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캐릭터 하나가 우리나라가 반도체 수출로 얻는 수익에 맞먹는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사실은 이제는 진부하기까지 하다.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강남의 아파트 값이 얼마인지는 여전히 우리의 주요 관심사지만 세계 최강의 특허로 일컬어지는 고지혈증 치료기술이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뿐만 아니라 흥미도 없다. 미래의 핵심기술에 대한 소유권을 확보하는 일보다 당장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파는 일이 급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는 2005년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이 친환경 경영전략인 ‘에코매지네이션’을 제시했을 때 생뚱맞게 느껴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GE는 환경 분야에서 2007년에만 140억 달러라는 경이로운 매출을 올렸고 2010년에는 250억 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녹색성장이 국가적 어젠다로 부상하는 현실에 비춰 환경 분야에 공격적인 기술 선행투자를 한 GE의 선도적 비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서가는 자들의 선구자적인 안목에 좌절을 경험하는 일은 그리 낯설지 않다. 1980년대 미국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특허로 인정하고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도록 통상 정책을 펼쳤다. 세계 최강의 특허 경쟁력을 확보한 마이크로소프트나 인터넷 검색 최강자인 구글이 등장하는 데는 이런 정책기조가 뒷받침됐다. 미래를 내다보고 핵심이 되는 기술이나 지식을 선점하여 소유권을 확보하는 기업과 정부의 노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아직도 불법 소프트웨어가 넘쳐나는 우리의 현실과는 무척이나 대비되는 모습이다.

선진국보다 한발 늦긴 했지만, 우리 사회도 최근 녹색성장에 대해 많이 논의한다. 미래를 내다보고 핵심 기술과 지식을 소유권으로 획득하는 구체적인 전략이 아니라 눈앞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경기부양이 얼마나 신속하게 이루어질지에 무게가 있는 듯하다. 환경친화적인 사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고 단기적이나마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도 지금 경제상황에서는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도 달의 소유권 문제까지 걱정하지는 않더라도 미래를 내다보고 기술과 지식을 선점하는 전략을 세우는 지혜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홍국선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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