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지원 릴레이… “다른 사람도 도움받게 악착같이 갚을것”

  • 입력 2009년 2월 23일 02시 54분


연리3% 최고 2000만원 대출에 컨설팅까지

국내 마이크로크레디트 상환율 90% 달해

■ 창업으로 제2 인생

한 달 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개나리미용실’을 개업한 양영례 씨(51·여)는 요즘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감사한 심정이다.

10년 전 이혼한 뒤 ‘싱글맘’으로 두 아들을 키우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그나마 20대 처녀 시절 배운 미용기술이 양 씨를 버티게 해준 힘이었다. 남의 미용실에서 하루 10시간 넘게 서서 일하면서 두 아들을 대학생, 고교생으로 길러냈다.

나이가 들면서 미용실에 취직하기가 점점 어려워져 자신의 미용실을 내고 싶었지만 무일푼인 싱글맘에게 창업은 너무나 높은 벽이었다.

그 벽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발판이 돼준 건 하나희망재단의 무담보 소액신용대출(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이다.

“대출자로 선정됐단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뻐 잠을 못 이뤘어요. 2000만 원을 대출받아 미용실을 인수했지요. 매달 이자로 4만5000원씩 나가는데 악착같이 벌어 갚을 겁니다. 그래야 그 돈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빌려줄 수 있잖아요.”

양 씨는 이미 받은 사랑을 되돌려 주고 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립을 꿈꾸는 여성들에게 무료로 미용기술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마이크로크레디트는 금융기관을 이용할 수 없는 사회 취약계층에 소액자금을 무담보, 무보증으로 대출해줘 가난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사업이다. 단지 ‘돈’만 빌려주는 게 아니라 완전한 자립을 위해 ‘희망’도 갖게 한다. 심리적, 정서적인 조언은 물론 창업 전 경영컨설팅과 사후관리까지 지원된다는 점이 일반 시중은행의 대출과 다른 점이다.

고선기 씨(가명)도 마이크로크레디트의 도움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고교 1학년 때 집을 나와 금속 프레스공장에서 일하다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했다. 이후 막노동판을 전전하다 30대 초반에 달걀도매업을 시작했지만 외환위기 때 전 재산을 날렸다. 희망을 잃고 조개구이집 막일로 힘겹게 살아가던 그는 우연히 그라민은행 한국지부인 ‘신나는조합’의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을 알게 됐다.

지난해 11월 2000만 원을 지원받아 경기 안산시에 작은 식당을 열었다.

“조그만 가게지만 저는 승부를 걸었어요. 꼭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2000년 신나는조합을 시작으로 현재 하나희망재단, 사회연대은행 등에서 마이크로크레디트 활동을 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이 설립한 하나희망재단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권자 및 차상위계층 △가구 연소득 1700만 원 이하, 18세 미만 자녀 2명, 자산 1억 원 미만 무주택자 조건을 모두 충족한 사람 △연체, 부도의 신용정보가 등록된 사람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에 신용정보가 등록돼 있지 않은 사람을 대상으로 마이크로크레디트 지원 자격을 주고 있다.

대출금은 2000만 원 이내로 금리는 연 3%. 처음 1년은 이자만 내고 이후 4년 동안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으면 된다. 2월 현재 48명에게 9억2000만 원을 지원했다.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마이크로크레디트를 통해 나간 대출금의 평균 상환율은 90%, 연체율은 2.23%다.

하나희망재단 김용노 사무국장은 “한국은 자영업 비율이 높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마이크로크레디트를 통한 창업이 성공하기 힘든 조건”이라며 “성공률을 높이려면 창업 후 장사가 잘될 수 있도록 사후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종수 사회연대은행 상임이사는 “마이크로크레디트가 성공하려면 재원을 뒷받침해 주는 민간 금융회사들이 더 활발히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재무진단 + 무담보소액대출 연계 프로그램

창업-세무-법률 전문가 네트워크로 사후관리



■ 어떻게 지원하나

동아일보와 보건복지가족부, 하나금융그룹이 공동으로 펼치는 ‘2009 함께 하는 희망찾기-탈출! 가계부채’ 사업은 저소득층 대상의 무료 부채클리닉과 무담보 소액신용대출(마이크로크레디트)을 연계한 국내 최초의 본격적인 재기 지원 프로그램이다.

이 사업은 가계부채에 시달리는 저소득층에 부채클리닉→소규모 창업을 위한 마이크로크레디트→전문가 집단의 창업 사후관리 서비스를 단계별로 제공한다. 단순한 상담에 그치지 않고 부채와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개인의 재무 상태와 자활 의지가 부채클리닉을 통해 사전에 검증돼 무담보 무보증 대출에 따른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마이크로크레디트를 활성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1단계 부채클리닉: 부채 탈출을 위한 진단과 처방

먼저 복지부의 부채클리닉 서비스로 자신의 재무 상태와 부채에 대한 문제점을 진단해 본다. 전국 가구의 월평균 소득(4인 가구 기준 월 370만5000원)보다 적게 버는 신용등급 6등급 이하의 사람이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사업 시행기관인 포도재무설계 홈페이지(www.podofp.com) 또는 고객센터(02-2088-8802)를 통해 부채클리닉 서비스를 신청하면 된다. 자격을 갖춘 신청자에게는 전문 상담원이 배정된다. 모두 3차례에 걸쳐 상담이 진행되는데 1, 2차 상담에서는 월 소득, 자산, 부채, 부채 발생원인 등 기본 정보를 수집하고 재무적인 문제점에 대한 처방이 내려진다. 자금에 여유가 있는 신청자에게는 연간 소득액의 10∼15%가량의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대안이 제시된다. 3차 상담에서는 제시된 대안의 실행 여부를 점검하게 된다.

2단계 마이크로크레디트: 소규모 창업으로 소득 늘리기

부채 탈출의 첩경은 소득 증가다. 저소득층은 창업을 하려 해도 낮은 신용과 담보 부족으로 종잣돈을 구하기 어렵다. 지난해 말 현재 제도권 금융기관 이용이 어려운 신용등급 7등급 이하 경제활동 인구는 700여만 명으로 추산된다.

부채클리닉을 통해 자활 의지와 역량이 검증된 저소득층은 무담보 소액신용대출 심사 대상자로 추천된다. 하나금융그룹이 100억 원을 출연해 지난해 9월 출범한 하나희망재단은 이들을 대상으로 자체 심사를 거쳐 최고 2000만 원까지 연 3%의 금리로 창업자금을 빌려준다. 동아일보와 복지부는 지원 규모를 늘리기 위해 국내 다른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과의 제휴도 추진할 계획이다.

3단계 사후관리: 재기를 돕는 전문가 네트워크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의 한계 중 하나가 창업 이후의 사후관리다. 소액 대출 창업자의 사업이 이른 시간 내에 본궤도에 오르려면 점포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부닥치는 각종 애로사항에 대한 조언이 필요하다.

특히 창업 초보자에게는 점포 입지 선정, 업종 선택, 영업 전략, 고객 응대 같은 노하우가 절실할 수 있다. 세무와 회계, 법률 문제도 어려움을 겪는 분야다.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되는 자문단은 창업자들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문제가 생길 때마다 조언을 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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