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쌀직불금 국정조사, 또 政爭판 만들 건가

  • 입력 2008년 10월 21일 02시 59분


여야가 어제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담을 열어 쌀 소득보전 직불금 사태에 관한 국회 국정조사 실시에 합의했다. 행정부나 수사기관의 조사를 기다려본 뒤 국회가 나서는 것이 국정조사 제도의 원래 취지에 맞지만 기왕 여야가 합의한 만큼 조속한 시일 내에 비리와 은폐 의혹을 규명하고 제도 개선까지 마무리해줬으면 한다.

국정조사의 1차적 목표는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강조한 것처럼 ‘누가, 어떻게, 얼마나 많은 세금을 직불금이란 명목으로 도둑질했는가’를 밝히는 데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06년 직불금 수령자 99만8000여 명 중 28만여 명이 비(非)경작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에는 공직자도 다수 포함돼 있다. 철저히 조사해 위법 여부를 가려야 한다.

아울러 이들이 농지를 불법 취득했는지도 밝혀야 한다. 농지 불법 취득과 직불금 부정 수령은 동전의 양면이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가 어제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에 제출한 공직자 농지소유 현황을 보면 공직자윤리법상 재산공개대상자(1급 이상) 816명 중 169명이 논이나 밭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조사의 궁극적인 목적은 제도 개선에 있다. 농림부는 지난해 12월 직불금 부정 수령의 폐해를 막기 위해 ‘쌀 소득 등의 보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정부조직 개편과 뒤이은 광우병 촛불 파동으로 이달에야 국회에 법안을 제출했다. 그 바람에 올해도 1조 원가량의 직불금이 종전 기준대로 지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중 또 얼마나 많은 세금이 ‘가짜 농사꾼들’에게 흘러들어갈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도 여야는 직불금 국정조사를 당리당략에 이용할 틈만 노리는 모습을 보인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를 ‘반(反)농민, 반농촌 정부’로 몰아붙일 호재라고 보고 비경작자 28만 명 중 농업 외의 직업을 가진 17만 명의 명단을 모두 공개하자고 주장한다. ‘마녀사냥’ 같은 행태다. 한나라당도 “노무현 정부의 농정(農政) 실패를 부각시킬 수 있는 기회”라는 계산 아래 조사계획을 짜고 있다. 이렇게 되면 남는 것은 정쟁(政爭)뿐이다. 지금 나라 형편이 소모적인 정쟁으로 또 몇 개월을 훌쩍 허비해도 좋을 만큼 한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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