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홍길동 기도회’ 떴다

  • 입력 2008년 10월 9일 02시 59분


108산사순례기도회를 이끄는 도선사 주지 혜자 스님이 함께 따라 웃으면 복이 온다는 도선사 포대화상 동상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황장석  기자
108산사순례기도회를 이끄는 도선사 주지 혜자 스님이 함께 따라 웃으면 복이 온다는 도선사 포대화상 동상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황장석 기자
지난달 27일 25번째 순례지인 강원 백담사를 찾은 108산사순례기도회 순례객이 합장하고 있다. 사진 제공 108산사순례기도회
지난달 27일 25번째 순례지인 강원 백담사를 찾은 108산사순례기도회 순례객이 합장하고 있다. 사진 제공 108산사순례기도회
전국 방방곡곡 유명 사찰 찾아 東에 번쩍… 西에 번쩍…

■ 혜자 스님이 이끄는 ‘108산사 순례기도회’

“팔도 사찰을 돌아다니며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한다고 우리더러 ‘홍길동 기도회’라고 합디다. 그새 2년이 지났지만 아직 갈 길이 머니 부지런히 다녀야지요.”

서울 강북구 도선사 주지 선묵 혜자 스님이 이끄는 ‘108산사(山寺)순례기도회’가 최근 출범 2주년을 맞았다.

108산사순례는 혜자 스님이 “금수강산 방방곡곡 108산사 성지를 찾아 108배를 하며 108번뇌를 멸하고 108보시행을 통해 108공덕을 쌓자”며 신도들과 함께 시작한 것. 2006년 9월 삼보사찰(三寶寺刹) 중의 하나인 경남 양산 통도사를 시작으로 매달 전국의 사찰 한 곳을 찾아 108배를 한다.

올해 9월까지 25곳의 사찰을 돈 순례기도회는 한국 불교 포교의 ‘히트상품’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초기 2500명 수준에서 5000여 명으로 순례객이 크게 늘었고 하는 일도 다양해졌다.

사찰을 찾을 때 인근 군부대 장병들에게 간식이라도 전해주자며 시작한 ‘초코파이 보시’는 6월부터 전·의경으로 대상이 확대됐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를 지켜본 일부 신도가 “다 같은 우리 아들들인데 고생하는 전·의경에게도 간식을 주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한 차례 순례에 초코파이 4만여 개를 보시한다.

올해 초부터는 농어촌 외국인 며느리들의 한국 정착을 돕자며 신도들과 결연을 해주는 ‘다문화가정 108인연맺기’를 이어오고 있다. 순례 사찰의 주지스님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장의 추천을 받아 3명씩 시상하는 ‘108효행상’도 9월 백담사 순례 때부터 시작했다.

순례 때 산사 주변에서 여는 지역특산물장터에서는 순례 기간 최소 수천만 원대의 매출이 발생한다고 한다. 최근 들어 혜자 스님의 휴대전화에는 “우리 고장에 와 달라”는 지자체장들의 ‘러브 콜’이 밀려든다.

기존 순례 외에 10월부터 앞으로 2년간 ‘2기 순례단’도 운영한다.

그동안 참여하지 못한 신도들의 요청으로 2년 동안 방문한 사찰을 다시 한 번 찾는 것. 11일 통도사를 시작으로 2년 동안 24개 사찰을 돈다.

최근 도선사를 찾아 혜자 스님에게 ‘히트상품’ 제조 비결을 묻자 “한 달에 한 번 맑은 공기 마시고 마음 맞는 사람들이 함께 불공을 드리니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겠느냐”며 웃는다. 최근 백담사에 갔을 때는 맑은 하늘에 상서로운 무지개가 떠서 신도들이 여간 기뻐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108산사순례를 다 마치면 염주를 완성할 수 있도록 순례 때마다 신도 한명 한명에게 직접 염주 알을 하나씩 보시합니다. 백담사에서 염주 알을 보시하는데 그때 무지개가 떴지요.”

백담사 순례는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순례기도회가 그때부터 부처님이 열반한 곳인 인도 쿠시나가라 열반당에서 최근 봉양받아온 진신사리를 모시기 시작했기 때문. 혜자 스님은 “진신사리를 모시면서 순례가 새롭게 다시 태어나는 느낌”이라고 했다.

혜자 스님은 5000여 명의 순례객에게 “방생하는 삶을 사는 여러분은 5000송이 연꽃”이라고 입버릇처럼 얘기하곤 한다. 연꽃처럼 아름답게 방생을 하고 있다고 했다.

“물고기를 놓아주는 것만이 방생이 아니라 산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 방생이지요. 우리는 살아 있는 불공을 드리고 살아 있는 방생을 하려 합니다.”

2년의 소회를 물었더니 “앞으로 6, 7년을 더 가야 하는 머나먼 여정에 첫발을 뗀 것에 불과하다”는 말이 돌아왔다. 순례기도회는 23∼25일 26번째 순례지인 전남 구례의 화엄사를 찾는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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