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고 나온 인문학…서울서 제주까지 7일간 100여개 행사

  • 입력 2008년 9월 29일 02시 59분


‘2008 인문주간’ 내달 6일부터

《인문학의 향연인 제3회 인문주간 행사가 10월 6∼12일 ‘일상으로서의 인문학’을 주제로 전국 각지에서 열린다. 인문주간은 2006년 9월 전국 93개 대학의 인문대학장이 인문학 위기를 타개하자고 선언하며 시작된 행사다. 지난해 전국 8개 도시에서 열린 뒤 올해에는 제주를 포함한 모든 지방으로 확산됐다.》

▽일상으로 파고드는 인문학=지난해 70여 개(14개 기관)에서 이번에 100여 개(22개 기관)로 행사 규모가 확대된 것 외에 가장 큰 특징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일상으로서의 인문학’ 행사가 많아진 점이다.

10월 7일 서울 뚝섬에서 건국대 신병주(사학) 교수가 진행하는 ‘역사학자와 함께하는 역사 탐방’이 대표적이다. 오전 10시 반 지하철 7호선 뚝섬유원지역에서 출발해 청담대교∼영동대교∼성수대교를 거쳐 서울숲까지 걷는 이 탐방은 제목처럼 역사학자가 동행해 한강과 주요 교량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놓는 행사다.

신 교수는 “현 동호대교 북단인 옥수동에 조선시대 임금이 젊고 유망한 학자들이 연구할 수 있도록 배려한 공간인 동호독서당 터가 아직까지 남아 있으며 늘 쳐다보는 성수대교 등 주요 한강 다리의 역사가 어떠한지를 설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0일 오후로 예정된 ‘서울민속기행’도 비슷한 유형의 행사다. 참가자들은 독립문∼경복궁∼북촌한옥마을 등을 둘러보며 각각의 장소에 얽힌 우리 민속에 대해 민속학자의 설명을 듣게 된다.

해설을 맡은 중앙대 이승수(민속학) 교수는 “독립문 근처 인왕산 국사당의 연원과 그 인근 선바위가 아들을 낳게 해달라고 비는 기자암(祈子巖)으로 이름난 사실, 경복궁 수문장 교대식과 북촌한옥마을의 전통연 전문가의 사연 등을 들려줄 예정”이라고 했다.

6∼9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 북카페에서는 도종환 현기영 등 시인과 작가 8명이 날짜별로 돌아가며 독자들과 만나는 작가대담 ‘고통에게 행복을 묻다’가 진행된다. 인문주간을 맞아 편안함만 추구하는 현대 학문의 세태에 문제를 제기하자는 취지라고 도종환 시인은 설명했다.

대학에서 셰익스피어를 가르치는 교수들로 구성된 연극단체인 ‘셰익스피어의 아해들’은 인문학이 찾아가는 공간에 제약이 있을 수 없다는 의미로 10일 경기 여주교도소에서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햄릿’을 공연한다.

▽인문학에 대한 성찰=인문학 자체에 대한 학계의 고민을 들어볼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됐다. 충남대 대전인문학포럼에서 6일 여는 ‘인문학의 사회적 힘’ 강좌는 인문학이 우리 사회의 하층민과 탈북자, 외국인 며느리 등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사회적인 소통과 치유의 방편이 될 수 있는지 모색하는 자리다. 강의를 맡은 충남대 손종호(국문학) 교수는 “삶의 고단함 속에서 사회 구성원들이 삶의 방향을 잡고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인문학의 한 분야인 문학이 각성의 힘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9일 서강대에서 열리는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소통: 새로운 지식의 지평 개척’ 심포지엄은 이 대학 이공대와 인문사회과학대가 공동으로 참여해 마련한 학제 간 교육·연구 프로그램을 통해 인문학과 과학기술 분야의 교류 및 협업 모델을 제시한다.

같은 날 계명대 논리윤리교육센터가 개최하는 ‘UCC(손수제작물)로 만나는 인문학’은 새로운 문화 현상인 UCC가 인문학 발전에 어떤 기능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자리다.

6∼9일 서울 중앙대에서는 ‘아시아에서의 인문가치와 인문학’을 주제로 ‘아시아 인문학자 국제학술회의’가 열린다. 학술대회에는 사카이 나오키(일본학) 미국 코넬대 교수가 ‘세계화 시대의 문화적 애국주의와 아시아적 관계에 대한 새로운 연구들’을 주제로 강연하는 등 9개국에서 온 아시아 관련 인문학자 30여 명이 참석한다.

대회를 주관한 한국학술진흥재단 성태용(건국대 철학과 교수) 인문학단장은 “참여기관을 찾아야 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에는 자발적으로 행사에 참여하겠다는 기관이 많아 공모를 통해 선정했다”며 “인문학을 원하는 대중의 욕구가 그만큼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의는 웹사이트(hweek.krf.or.kr)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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