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내서 광우병 발생해도 ‘5년 유통금지’ 할 건가

  • 입력 2008년 8월 21일 02시 50분


여야가 합의한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은 광우병 발생 국가에서 5년간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와 관련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도록 돼 있다. 30개월령 이상 쇠고기가 광우병에 특히 취약하다고 보고, 반입과 유통을 막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만약의 경우 국내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어떻게 되는가. 개정안 취지대로라면 국산 쇠고기도 30개월령 이상은 5년간 유통을 금지하는 것이 옳다. 광우병 위험 앞에 외국산, 국산을 가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유통을 금지할 경우 우리 축산농가에 닥칠 충격과 육류시장의 혼란이 만만찮을 것이다. 혹여 국산은 ‘광우병 발생 시 유통 금지’에서 예외로 한다고 치자. 이번에는 외국산과의 형평성 문제로 통상(通商) 시비가 일 것이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 가축법 개정안을 만들기 위해 여야는 82일간 국회를 공전시켰다.

당초 수입금지 대상 쇠고기를 30개월령 이상으로 특정하고, 기간을 5년으로 한 것부터 과학적 논리적 근거가 빈약하다. 이런 식으로 수입을 통제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국제수역사무국(OIE)은 오직 특정위험물질(SRM) 거래에만 30개월령 이상과 미만을 구분한다.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통제할 역량이 있는지가 중요하지, 기간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런데도 5년으로 금지 기간을 정한 것은 도대체 어떤 근거에서인지 알 수가 없다.

광우병으로 수입이 금지됐던 쇠고기를 재(再)수입할 때 국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한 것도 다분히 국내 정치용이다. 재수입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안전성이다. 그건 전문가들이 판단해야 할 과학의 영역이지, 의원들이 판단할 정치의 몫이 아니다. 자칫하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정쟁(政爭)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여야가 개정안을 만들면서 이런 문제점들을 알기나 했는지 의문이다. 법은 논리적 정합성을 갖춰야 진정한 효력을 갖는다. 우리나라엔 광우병 발생 시 어떤 조치를 취할지에 대한 규정조차 아직 없다.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OIE로부터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형편이 이러함에도 여야는 ‘엉터리 국민정서법’을 만드느라 세월을 보내고 있다. 세계의 비웃음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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