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대통령, 사면권 행사 앞서 法治고민해야

  • 입력 2008년 8월 12일 03시 01분


형(刑)이 확정된 지 몇 달밖에 안 된 주요 재벌그룹 총수들이 금명간 단행될 8·15 광복절 특별사면에 포함될지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높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5단체가 ‘경제 살리기’라는 명분을 내세워 사면을 청원한 기업인이 106명에 이른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 심사 결과를 최종 검토해 사면권을 행사하게 된다. 경제 살리기와 법치주의의 확립이라는 명제 사이에서 이 대통령의 고민이 클 것이다.

정부는 광복절 63주년과 건국 60주년을 맞아 과거 어느 때보다도 많은 기업인을 사면 대상으로 검토했다고 한다. 6월 4일 실시한 이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념 첫 특사는 운전면허 관련 등 생계형 사범 282만여 명에 국한하고 정치인과 경제인은 제외됐다. 이번에 거론되는 기업인 가운데는 현 정부 출범 이후 형이 확정된 인사들도 있다. 사회봉사 명령조차 다 이행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청원 대상자 106명 중 작년 말 사면 이후 형 확정자가 49명이나 돼 사면을 기대하고 서둘러 상소를 취하해 형을 확정시킨 의심이 드는 사례도 있다.

기업인 특사에 대해선 한나라당 내에서도 비판적인 소리가 나온다. 어제 최고위원회에선 형이 확정된 지 5개월도 안 된 몇몇 대기업 총수의 사면 문제가 거론됐다. 대부분 집행유예 판결을 받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을 산 지 얼마 안 된 마당에 사면까지 받는다면 국민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국민의 법 감정도 중요한 고려 요소가 돼야 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준법의식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법부의 독립과 판결의지를 훼손한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정치적 배려가 ‘죄와 벌’의 영역에까지 마구 파고든다면 법치주의가 설 땅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단적인 예로 석 달 이상 계속된 촛불세력의 불법 폭력시위에 대해 정부가 엄정한 법집행을 할 수 있는 도덕적 근거가 흔들릴 수 있다. 이 대통령은 특사 단행에 앞서 이 나라의 법치를 어떻게 세울 것인지를 놓고 더욱 깊은 성찰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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