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성비 25년만에 자연상태 회복

  • 입력 2008년 8월 6일 02시 59분


■ 통계청 2007 출생통계



지난해 여자 아이 100명당 남자 아이 출생자가 106.1명으로 25년 만에 자연 상태의 출생 성비(性比) 수준을 회복했다. 남아선호사상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자연 성비는 여자 아이 100명당 남자 아이 103∼107명이다. 지난해 출생아는 전년보다 약 4만5000명 늘어 2년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통계청은 5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07년 출생통계 확정결과’를 내놨다.

출생 성비 불균형이 심화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중반부터다. 남아 출생 성비는 1990년 116.5까지 올랐다. 셋째, 넷째 아이의 남아 출생 성비는 1990년대 중반 일시적으로 200을 넘기도 했다.

성비 균형이 무너지면서 1990년대 후반부터 초등학교에서 여학생 짝을 구하지 못한 남학생이 늘었다. 불법 성감별에 의한 임신중절수술이 사회적 문제가 되자 성감별을 해준 의사가 구속되기도 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남아 출생 성비가 낮아지기 시작해 2000년 110.2, 2005년 107.7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자연 수준을 회복했다.

통계청 박경애 인구동향과장은 “최근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면서 남아선호사상이 약화됐고 ‘오직 아들을 바라고’ 셋째, 넷째를 낳는 경우도 줄었다”며 “다만 셋째 아이 이후 남아 성비는 아직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남아 출생 성비는 105.3, 영국은 104.7(이상 2006년), 미국은 104.9(2005년)다.

한편 출생아는 2006년 45만2000명에서 지난해 49만7000명으로 늘었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1.26으로 전년보다 0.13 높아졌다.

합계출산율은 2005년 1.08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뒤 2년째 증가세다.

하지만 올해 들어 출생아는 다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3∼5월 출생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00명 줄었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출산을 기피하던 부부들이 뒤늦게 아이를 낳기 시작하면서 일시적으로 출산율이 높아졌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가임여성이 감소하고 있어 앞으로 출생아가 더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연령별로는 30대 초반 여성의 출산율이 가장 높았다. 평균 출산연령은 30.6세로 10년 전보다 2.3세 늘어 출산이 늦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지역별로는 전체 출생아의 50.8%가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에서 태어나 극심한 수도권 집중 현상을 보였다.

경기 수원시(1만2700명), 용인시(1만400명) 등 지방자치단체 중 출생아가 가장 많은 6개 시군구 지역은 모두 경기도에 위치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경제력이 약한 신혼부부들이 서울 안에 자리를 잡지 못해 경기도 외곽에 집을 마련하면서 그 지역의 출생아가 많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법적으로 결혼하지 않고 낳은 아이의 비율은 2000년 전체 출산아의 0.9%에서 2007년 1.6%로 다소 늘었다. 늘어난 불임치료의 영향으로 쌍둥이 출생 비율은 2000년 1.68%에서 2007년에 2.73%로 높아졌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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