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진창수]日우파의 비뚤어진 역사의식

  • 입력 2008년 7월 16일 03시 01분


일본 정부는 신시대 한일관계의 발전을 기대하는 한국 정부의 강력한 바람을 외면한 채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내용을 담은 중학교 새 학습지도요령 사회과 해설서를 14일 공표했다. 일본은 자민당 우파의 강력한 요구에 의해 해설서의 상위 지침인 학습지도요령 안에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담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한일관계를 적극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임에 따라 지도요령을 보완하는 하위 개념인 해설서에 담기로 결정했다.

일본은 한국 측을 배려하여 주장을 완화했다고 하지만 일본의 근시안적인 발상은 한일관계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초래했다. 4월 한일정상회담을 통해 한일 양국이 신시대 한일관계로 새로운 출발을 다짐한 지 불과 3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일본이 독도 영유권 문제를 제기하는 일은 국제적 신뢰를 깨는 배신행위임에 분명하다.

문제는 일본 정치의 세대교체와도 관련이 있다. 현재 일본 정치권에서는 전후세대가 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일본에 대한 자긍심이 강하고 일본의 역할을 강조하는 경향이 짙다. 일본의 전전(戰前)세대 중에서 극우 인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동아시아 관계의 특수한 측면을 이해하여 갈등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전후 세대 정치가는 일본이 언제까지 과거사 사과와 배상 요구에 끌려 다녀야 하느냐는 주장을 공공연히 하고 있어 일본 국민의 내셔널리즘적 정서에 부응하는 강경입장을 취한다.

영토 문제에서도 전후세대는 전전세대와 달리 타협적 정책보다는 우파적인 강경정책을 선호한다. 이들은 동아시아 국가와의 장기적인 협조관계에서 국익을 계산하기보다는 일본의 영향력 확대를 우선시한다.

전후세대 정치가는 지금까지 일본의 외교는 관용과 인내를 갖고 있어 잘못된 점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주장하는 외교’는 전후 세대 정치가의 이런 생각을 대변한다. 이들은 이번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 주장을 명기하는 것을 정당하다고 보며, ‘전후 일본의 바로잡기’라고 생각하는 측면이 강하다.

전후세대 정치가일수록 우파 성향이 많다는 데 한국의 고민이 있다. 더욱더 심각한 문제는 우파 성향의 전후세대 정치가는 자신의 주장이 정당하다고 믿으며, 국제적으로 통용된다고 확신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군위안부 문제에서 이들은 미국 의회에 몰려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자신의 정당함을 주장하다가 국제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이를 일본의 로비 실패로 치부하며 반성조차 하지 않는 추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따라서 한국이 관심을 둬야 할 점은 우파 정치가들이 더는 일본 정치에서 영향력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이다.

한국의 대일 정책 라인은 ‘일본 정부의 공식 견해를 싣는 게 무엇이 나쁘냐’라는 자민당 우파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차단하지 못했다. 이전처럼 일본 정치권에서 파벌 영수의 영향력이 강력했다면 한국의 대일 정책 라인은 효과적으로 작동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현재 일본은 자민당 내 파벌보다는 여론의 동향에 민감한 전후세대 정치가의 영향력이 강해지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대일 정책 라인은 일본 파벌 영수와 유력 정치가에 집중돼 있다. 또 일본에 관심을 가진 한국의 국회의원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한국이 합리적인 한일관계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전후세대 정치가 간의 교류를 더욱더 활성화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일본의 일반 국민을 설득하기 위한 대중외교(Public Diplomacy)를 강화해야 한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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