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준기]공기업 민영화, 민생경제 살리는 길

  • 입력 2008년 6월 27일 03시 12분


‘쇠고기 파동’으로 인해 정부의 개혁 어젠다가 흐려지고 있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그동안 어느 정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던 공기업의 개혁과 민영화가 노조 및 관련 이해집단들에 의해 본말이 전도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촛불시위대에 ‘무임승차’하면서 공기업 민영화가 민생을 위한 개혁이 아니라 특정집단을 위한 특혜이며 가격이 크게 인상된다는 등의 근거 없는 이유를 들어 개혁의 초점을 흐리고 있다. 더불어 인터넷상에 떠도는 괴담도 국민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질 좋은 서비스로 시장에 활력 줘

그렇다면 공기업 개혁과 민영화의 본질은 무엇인가? 누구를 위한 민영화인가? 공기업 민영화의 핵심은 민간의 책임경영을 통해 국민에게 ‘질 좋은 서비스’를 ‘경제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것이며 시장의 활력을 다시 찾는 것이다. 즉, 공기업의 개혁과 민영화는 민생경제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만 보더라도 2002년 이후 일본경제가 ‘잃어버린 10년’을 마감하고 본격적인 회복세에 들어서게 된 것은 팽창적 재정정책도 아니고 초저리 금리정책도 아니었다. 다름 아닌 행정개혁과 규제완화, 그리고 공기업 민영화를 통해 시장의 활력을 크게 증대시켰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세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한국담배인삼공사가 KT&G로 민영화된 뒤 수익성은 35.9%로 상승했고, 한국통신도 KT로 민영화된 뒤에는 29.7% 향상됐다. 이들 기업의 부채비율은 크게 줄어들었다. 한국중공업과 포스코의 경영성과도 민영화 이후 크게 좋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공기업 민영화 성공사례가 무수하게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한 이러한 정책기조가 세계적인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뒷걸음치려 하고 있는 것인가?

이렇듯 여러 국내외적 난관 속에서 정부가 공기업 개혁과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이 선행되어야 할까. 가장 우선적으로 정부는 국민과 공기업 개혁의 필요성을 ‘소통’해야 한다. 서비스 질의 하락과 가격 인상을 우려하는 국민의 걱정을 불식시켜야 한다.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이 무수한 고통을 수반하는 경제개혁을 시도했음에도 5년 5개월간의 집권기간 중 평균 50% 이상의 국민 지지를 받은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찾아야 한다.

이는 이러한 개혁을 통해 경기불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비전을 제시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민과 ‘개혁의 필요성’에 대하여 충분히 교감한 이후 실행에 옮겼기 때문이다. 일단 이러한 사회적 기반이 성숙되었다면 이후 최고 의사결정자는 최대한 개혁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과거 공기업 개혁이 정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했음에도 성과가 없었던 이유는 시종 일관된 리더십이 없었기 때문이다.

힘들다고 피하면 한 단계 도약 못해

정부정책을 충분히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과 개혁 정책을 무조건 늦추자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과 고물가라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협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부문의 개혁을 미루는 것은 우리 경제의 한 단계 도약을 포기하는 것이다. 높은 비용구조를 개선하고 시장 활력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시장은 물론 정부부문도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방만한 경영으로 국민의 질타를 받아온 공기업도 당연히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개혁은 필연적으로 힘들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수반한다. “이기기 위해서는 여러 번 어려운 싸움을 해야 한다.” 1980년대 정부개혁과 공기업 민영화를 통하여 고질적인 ‘영국병’을 치료한 마거릿 대처 총리가 한 말이다. 어려운 과정을 피하는 자에게 진정한 의미의 개혁이란 없다는 말이다.

김준기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