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6·25를 생각한다

  • 입력 2008년 6월 23일 22시 57분


1950년 6월 25일 오전 4시, 북한 인민군은 38선(당시 군사분계선) 전역에 걸쳐 기습적으로 남침했다. 탱크 소리와 포성(砲聲)이 단잠에 빠져 있던 일요일 새벽 남녘의 정적(靜寂)을 깨뜨렸을 때 국군은 3분의 1이 외출 중이었다. 김일성은 옛 소련의 전폭적 지원 아래 치밀한 준비 끝에 선전포고도 없이 침략했다. 거의 무방비 상태였던 이승만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인민군은 사흘 만에 서울을 점령하고 한 달 만에 낙동강까지 밀고 내려갔다.

당시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군사령관이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대한민국은 세계지도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6·25전쟁은 300만 명의 민간인 사상자와 1000만 명의 이산가족이라는 단군 이래 최대의 참화를 낳았다. 국군과 유엔군 20여만 명, 학도병 약 2000명이 전사했다. 미국 등 21개국의 신속한 참전 덕분에 우리는 강토를 되찾아 전쟁의 폐허를 딛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발판으로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을 이룩했다.

하지만 최근 행정안전부가 중고교생 1016명을 설문조사했더니 6·25전쟁 발발 연도는 43%, 북의 남침 사실은 49%만 알고 있었다고 한다. 우리 안보에 가장 위협적인 나라로 미국을 첫 번째(28.4%)로 꼽은 것도 충격적이다. 일본, 북한이 그 뒤를 이었다. 우리 자녀들이 6월의 촛불집회는 잘 알면서도 6·25전쟁에 대해 이렇게 무지(無知)하고, 3만6000여 명을 희생시키며 한국을 지켜준 미국을 안보위협국으로 보고 있는 데 대해 어른들은 책임을 느껴야 한다.

6월은 ‘호국 보훈의 달’이다. 순국장병들의 애국정신을 기리는 달이다. 하지만 이번 6월은 변질된 상황 속에 빠져 있다. 자유 대한민국의 근간을 흔들고 미국을 증오하는 좌파세력의 집단행동이 도를 더해가고 있다. 전교조와 좌파 언론, 민주노동당은 재향군인회가 학생들에게 6·25를 정확히 가르치기 위해 제작해 배포한 ‘6·25전쟁 바로 알리기’ 만화책을 ‘냉전시대의 만화’로 폄훼하고, 맥아더 장군과 미군에 대한 ‘우상화’라고 트집 잡고 있다.

이러다간 6·25와 같은 동족상잔(同族相殘)이 다시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6·25를 직접 겪은 세대와 실상을 바로 배운 세대는 후세들에게 6·25를 제대로 가르치고 그 교훈을 일깨워줘야 할 책무가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