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우열]다른 의견 배척하는 건 ‘민주주의 결핍’일 뿐

  • 입력 2008년 6월 7일 02시 59분


수도권의 한 검찰청 공안부에 근무하는 A 검사는 촛불집회 지지자이다.

그는 “불법 집회를 막고 처벌해야 하는 게 공안검사의 임무지만 나도 쇠고기를 먹는다”며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열리는 촛불시위에 참여하는 대다수의 순수한 열정을 안다”고 말했다.

정부가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위해 국민의 건강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는지 의심의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다만 시민과 경찰의 충돌로 부상자가 생기지 않길 바랄 뿐이다.

그러나 그는 최근 촛불시위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포함해 자신과 다른 의견을 표명하는 언론사, 시민을 공격하고 따돌리는 현상에 대해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386세대’인 그는 대학생 시절 시위에 참여하던 1980년대 중반을 회고했다.

“독재에 대한 추종은 적극적으로 배격했다. 그 외 다른 의견을 일단 경청하고 논박했을 뿐이지, 나와 다른 생각을 집단으로 배척하고 공격하고 따돌리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자신에게 항거하는 자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던 당시 군사 정부와는 달리, 학생과 시민은 다른 의견을 인정하고 그 다름을 놓고 설득하는 ‘민주주의’를 얻고자 했기 때문이라는 말.

그는 요즘 시위 현장에서 ‘다름’을 ‘나쁜 것’과 동일시하면서 배척하는 현상을 ‘넘치는 민주화가 오히려 민주화의 결핍을 초래한 역설’이라고 규정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 시위의 자유’를 주장하면서도 또 다른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에 따라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을 따돌리고 공격까지 하는 행위의 이중성을 질타한 것이다.

그는 “유신정권 시절 언론에 대한 광고탄압은 정부를 비판하는 측을 부정하기 위해 이뤄졌던 것”이라며 “어려운 과정을 거쳐 민주화를 쟁취한 시민 중 일부가 30여 년 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의견이 다른 측의 존재를 부정하기 위해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는 것도 역설적”이라고 말했다.

누구도 고난 속에서 쟁취한 ‘민주주의’가 ‘다름’에 대한 공격과 배척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고 견해차를 좁히기 위해 토론하고 설득해 가는 과정임을 부인하진 않을 것이다.

이 검사의 걱정처럼 시민들의 순수한 촛불이 자칫 ‘민주주의의 촛불’을 꺼뜨리지 않았으면 한다.

최우열 사회부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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