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윤주환]‘수돗물’ 민간 참여땐 더 싸게 먹을수도

  • 입력 2008년 5월 30일 02시 59분


수도사업이 민영화되면 하루 물 값이 14만 원이 된다고 한다. 이른바 ‘수도 괴담’이다. 한 사람당 14만 원이니, 4인 가족 기준으로 한 달이면 수도요금만 2000만 원이 넘는다는 주장이다. 상식과 동떨어진 이야기인데도 그럴싸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은 것은 공공기관이 수도사업을 담당해야 공익성이 지켜진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수도사업의 공익성이란 ‘품질 좋은 물을 싸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공공기관 독점이 공익성을 제고하는지, 또 민간기업 참여가 공익성을 훼손할지에 대한 판단은 이 기준에서 이뤄져야 한다.

민간 참여를 우려하는 주장의 이면에는 손익에서 자유로운 공공조직이 수도사업을 맡아 하면 이윤을 남기지 않을 것이고, 이윤을 남긴다 해도 공익을 위해 투자해 내게 돌아올 것이라는 가정이 은연중에 깔려 있다. 과연 그런가.

국민이 하루에 쓰는 수돗물 양은 약 1600만 t으로 10년 전의 1530만 t에서 조금 늘었다. 그런데 수도사업을 책임지는 각 지방자치단체와 수자원공사가 생산시설을 확충한 결과 같은 기간 시설규모는 2200만 t에서 3000만 t으로 약 40% 늘었고, 시설가동률은 70%에서 50%로 떨어졌다. 많은 돈을 들여 시설을 지어 놓고 절반 가까이를 놀리는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수돗물 공급시설 용량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데 있다. 수자원공사가 추진하는 광역상수도 사업만 봐도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것이 9곳, 계획이 잡혀 있는 게 15곳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만 4조 원이다. 당연히 원가 부담이 늘어나 지난 10년간 전국의 수도요금은 연평균 7%씩 인상돼 왔다. 광역상수도를 담당하는 수자원공사의 요금 인상률은 더 높다. 그런데도 아직 요금수준이 생산원가를 따라잡지 못했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민간기업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공공기관들의 비효율을 메우기 위해 매년 5000억 원 정도가 보조금 형태로 세금에서 지급되고 있으니, 결국 부담은 국민의 몫이다.

상수도사업의 비효율을 개선하자는 것이 정부가 추진하려는 ‘수도사업 전문화’다. 한마디로 서비스 수준이 낮은 수도사업자는 민간전문기관에 운전, 유지, 관리 등 운영을 위탁하거나 민간기업과 공동으로 출자하는 회사를 설립해 운영하자는 것이다. 제대로만 되면 지금보다 더 품질 좋은 물을 더 싸게 공급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수도사업 전문화는 수도요금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민간기업의 참여로 경쟁이 유발되면서 물의 품질과 효율이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이 참여하면 요금을 마음대로 올릴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정부의 수도사업 전문화는 민간기업에 시설소유권 등 모든 권한을 넘겨주는 완전 민영화가 아니라 ‘운영부문의 위탁’으로, 민간기업에 요금과 관련한 권한 자체가 주어지지 않는다.

나아가 공공-민간의 역할 분담으로 상수도 서비스의 향상도 기대된다. 민간기업이 참여해 수도사업자 역할을 대행함으로써 효율성이 향상되는 한편, 지자체는 본연의 임무인 규제자의 역할에 더 충실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사업을 전문화하면서 물산업도 육성할 수 있다. 약 900조 원으로 추산되는 세계 물시장은 미래의 핵심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일찍이 민간 물 기업을 육성한 프랑스는 3대 민간기업의 매출액이 자국의 내수시장 규모를 2배 이상 넘는 약 28조 원이다. 반면, 우리나라 물 분야 민간기업들의 내수 매출액은 미미한 수준이다. 민간기업의 육성은 우리가 세계 물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윤주환 고려대 교수 환경시스템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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