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中國의 한미동맹 비하, 외교적 도발이다

  • 입력 2008년 5월 28일 22시 53분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 중에 터져 나온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한미동맹 비하 발언은 묵과할 수 없는 외교적 결례다. 친강(秦剛) 대변인은 그제 “한미군사동맹은 지나간 역사의 유물”이라며 “냉전시대의 군사동맹으로 전 세계 또는 각 지역이 당면한 문제를 다루고 처리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남의 나라 정상을 국빈 자격으로 초청해놓고, 그것도 자국(自國)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직전에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가. 명색이 초강대국의 하나임을 자부하는 중국 외교부의 양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외교적 망발이고 도발이다.

한국과 미국은 반세기가 넘도록 단순한 군사동맹을 뛰어넘어 양국의 공동번영을 위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중국이 다른 나라와 우호관계를 맺는 것처럼 주권국인 한국과 미국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길이다. 중국이 이래라저래라 할 일이 아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언급한 한미군사동맹의 연원(淵源)을 따져보자. 한미방위조약은 북한의 남침과 이를 지원한 중국군(중공군)의 개입이 낳은 산물이다. 역사를 보는 눈이 제대로 박혀 있다면 한미동맹을 냉전의 유물이라고 폄훼할 게 아니라 한민족이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게 한 중국의 책임부터 반성해야 옳다.

친 대변인은 자국에서 제기된 ‘중국 홀대 우려’의 연장선상에서, 또는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방어(MD) 체제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한미동맹을 트집 잡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수록 한중관계를 진전시켜 관심과 이익의 공유면적을 넓혀 가야지, 남의 나라 동맹이나 헐뜯어서야 되겠는가. 친 대변인은 서로 “오랜 친구 같다”고 한 한중 정상의 첫 대면에 재를 뿌렸다.

중국 외교부는 “한미동맹이 역사적 산물이라는 것은 역사과정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뜻”이라며 “한미동맹을 폄훼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런 변명으로 덮어질 사안이 아니다. 중국이 정말 잘못을 인정한다면 외교부 대변인을 문책하는 정도의 성의는 보여야 한다. 수모를 당하고도 그 흔한 유감 표시조차 하지 않은 우리 외교부의 대응도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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