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개 못할 특별교부금이라면 세금 받지 말라

  • 입력 2008년 5월 27일 23시 03분


이명희 공주대 역사교육학과 교수와 바른교육권실천행동 등 시민교육단체는 2006년 당시 교육인적자원부를 상대로 특별교부금 사용 내용을 공개하라는 소송을 냈다. 이 교수는 “한 해 1조1000억 원이나 되는 교육부의 특별교부금이 주먹구구식으로 쓰이는 것을 막으려면 납세자인 국민이 예산 집행 내용을 소상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작년 말 “교육부가 시도에 지원한 총액뿐 아니라 자세한 사용 내용도 공개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교육부는 공개를 거부하고 서울고법에 항소했다.

교육부가 완강히 버틴 이유가 궁금했는데 이번에 장차관과 실국장급 간부들이 모교나 자녀가 다니는 학교를 방문해 교부금으로 생색을 낸 것을 보니 짐작이 간다. 국민세금을 ‘쌈짓돈’처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특전을 포기하기 싫었을 것이다.

이 교수는 “특별교부금은 장관과 정치권의 유착을 가능케 하는 돈줄이자 일선 교육현장에 대한 관료들의 통제권을 유지시키는 수단”이라고 지적한다. 국회의원이 장관에게 자신의 지역구 학교에 체육관을 지어달라고 부탁하면 장관은 특별교부금으로 선심을 쓰고, 그 대가로 장관도 정치적 이득을 챙기는 구조라는 얘기다. 예산 편성 때 특별교부금 용도를 지정하지 않고 국회가 사후 보고도 제대로 받지 않는 것부터가 문제다.

행정안전부가 관리하는 특별교부금도 마찬가지다.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은 친분이 있는 사찰에 특별교부금 10억 원을 편법 지원토록 당시 행정자치부에 압력을 행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이 있는 경남 김해시는 2006년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많은 행자부 특별교부금을 받았다. 지금의 행안부 역시 정보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정부개혁을 강조하지만 특별교부금 투명화야말로 진정한 개혁이다.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어정쩡한 대국민 사과와 일부 간부 인사조치로 파문을 봉합할 수 있다고 여긴다면 착각이다. 항소를 포기하고, 특별교부금이 어떤 경로를 거쳐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 다 밝혀야 한다. 이를 거부하려면 특별교부금만큼의 세금은 받지 말라. 공사(公私) 구분도 못하는 일부 공무원에게 ‘눈먼 돈’을 쥐여주려고 1년 중 3개월치 월급(임금)에 해당하는 세금을 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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