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 안정에 정부 命運 걸어라

  • 입력 2008년 5월 26일 22시 51분


올해 들어 서울 시내에서 장사가 안돼 문을 닫은 음식점은 3600곳이 넘는다. 문을 열고 있는 식당들도 밀가루 같은 식재료 값이 치솟아 수지를 맞추기 어려워 힘겹게 버티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를 둘러싼 광우병 괴담에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까지 겹치면서 요식업을 하는 자영업자들은 절망에 빠지고 있다.

“체감경기가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악”이라는 비명이 더는 엄살로 들리지 않는다. 자영업 몰락으로 음식 도매 숙박업에서 1년 3개월 사이에 31만9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4월 신규 취업자 수는 19만 명으로 정부 목표치(35만 명)의 절반을 간신히 웃도는 실정이다.

물가가 급등하면서 서민의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졌다. 정부는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52개 생필품을 지정해 관리에 나섰지만 장바구니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올해 1분기 소비자 태도 조사에서 대상 가구의 99.1%가 물가 상승을 체감하고 있고 41.4%는 소비지출을 줄였다고 답했다. 자영업의 몰락과 고용 부진, 물가 상승, 소비 위축이 맞물리면서 경기를 위축시키고 서민의 삶을 힘겹게 하는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의 물가 상승)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어제 “두세 달 후 심각한 물가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 이대로 간다면 서민 생활경제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안이 쏟아지는데도 정부 차원의 경제정책을 조율해야 할 김중수 대통령경제수석은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청와대 안에서 나올 지경이다. 대내외 경제 여건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실물경기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는데도, 정부 여당은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감세(減稅), 규제완화 법안 등을 놓고 엇박자를 내고 있다. 정책을 실기(失機)한 당정 고위 당국자들의 잘못도 크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를 살리겠다며 출범했지만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살림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 대통령의 지지도가 추락한 데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민생문제 해결에 한계를 드러낸 데 대한 실망감이 주요인이라는 지적을 겸허히 새길 필요가 있다. 이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지금이야말로 경제비상 시국이라는 절박한 인식을 갖고 서민경제 안정에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중국을 국빈 방문하는 이 대통령이나 국내에 남아 있는 경제 관료 및 여당 사람들 모두 경제 안정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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