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진화와 國利民福을 위한 언론의 길

  • 입력 2008년 3월 31일 22시 54분


―창간 88주년 맞은 동아일보의 다짐

올해 4월 7일은 우리나라 첫 민간신문인 독립신문(獨立新聞) 창간 112주년을 맞는 날이다. 한국신문편집인협회가 이날을 ‘신문의 날’로 정해 언론자유의 중요성과 신문의 역할을 되새긴 지도 올해로 52회째다. ‘세상을 읽어라, 신문을 펼쳐라’를 표어로 정한 신문주간(2∼7일)을 앞두고 동아일보는 오늘 창간 88주년을 맞았다. 이에 본보가 추구해온 가치와 앞으로의 지향(指向)을 독자 여러분 앞에 밝히고자 한다.

신문은 다양한 기능을 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으뜸은 국가사회의 파수꾼이자 건전한 공론장(公論場)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본보가 창간 사시(社是)와 한국 현대사의 고비마다 사설을 통해 강조한 가치는 대한민국 헌법의 기본원리와 일치한다. 바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문화주의와 법의 지배를 구현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증진하고 선진화로 가는 지름길임을 세계와 한반도의 역사적 체험이 증명하고 있다.

한반도는 1948년 남과 북에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들어선 뒤 북의 남침으로 전쟁을 치렀고, 분단은 더욱 고착됐다. 궁극적으로 남북이 하나 된 한국민(韓國民)으로 살아가는 일은 우리에게 맡겨진 막중한 과업이다. 그러나 자유민주, 시장경제, 법치에 기반을 둔 대한민국 주도로 통일이 이루어질 때만이 의미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자유민주, 시장, 법치의 파수꾼 역할 최선

3·1운동 이듬해인 1920년 태어난 동아일보는 일제강점기에는 민족의 자강독립(自强獨立)을 추구하는 표현기관을 자임(自任)했다. 일본 총독부 치하에서 신문을 발행하느라 때로는 수모와 치욕을 겪으면서도 문맹 퇴치와 국산품 장려운동 같은 애국애족사업을 통해 미래의 독립국가를 준비했다.

동아일보는 무기정간 4회, 발매금지 63회, 압수 489회, 기사삭제 2423회라는 일제의 혹독한 탄압에 맞서다 끝내 폐간이라는 ‘사형선고’를 받았다. 광복 후 복간(復刊)해서는 대한민국 건국과 민주화의 향도(嚮導)로서 권위주의 독재권력과 투쟁하면서 민주화세력의 울타리가 되고자 노력했다고 자부한다.

동아일보는 대한민국 헌법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주저 없이 비판의 필봉을 들었다. 국민의 피와 땀으로 짧은 기간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을 건설하고 민주화를 이루어낸 대한민국을 폄훼하는 세력 앞에서 본보는 양비양시론(兩非兩是論)으로 비겁하게 물러서지 않는다. 자유 시장 법치를 훼손하는 세력과 구현하려는 세력을 산술적 등거리(等距離)에서 평가할 수는 없다.

우리는 새로 출범한 이명박 정권이 성공하기를 바라지만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고 판단될 때는 매섭게 비판할 것이다. 좌파 포퓰리즘이건, 우파 포퓰리즘이건 정권의 이익을 위해 국민을 기만하는 정치가 발붙이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의 확고한 생각이다. 또다시 무능과 혼란의 세월로 돌아가 나라가 표류해서도 안 된다.

국민 속이는 포퓰리즘 세력은 단호히 비판

대한민국이 성숙(成熟)한 시민사회, 세계로부터 존경받는 국가가 되려면 시대에 뒤떨어진 의식과 제도를 버리고, 끊임없이 고쳐서 새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새 정권이 정권이기주의에 사로잡혀 권력을 전리품화(戰利品化)하고, 국민 전체의 이익보다 특정집단의 이익을 꾀하며, 보수 부패를 온존시키고, 오만과 독선에 빠져 실행각론(實行各論)에서 시행착오를 거듭한다면 이 또한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지난 두 정권에서 자유언론의 소중함을 새삼 절감했다. 좌(左)편향 정권은 민족적으로 불행했던 시대에 힘겹게 투쟁한 동아일보의 역사를 일방적으로 왜곡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신문시장마저 권력의 입맛에 맞게 개편하려 했다. 우리는 앞으로도 언론을 부당하게 핍박하는 어떤 세력의 기도에도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이와 함께 언론의 자유에는 무거운 책임이 따름을 항상 명심하고 자기성찰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

본보는 정확하고 유익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사안의 핵심을 꿰뚫는 논평으로 독자 여러분의 성원에 보답할 것임을 약속드린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맞추어 방송 통신의 융합시대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해 국민 여러분에게 다양한 목소리로 다가가고자 한다.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 비판은 어떤 시대에도 변할 수 없는 언론의 존재이유다. 동아일보는 창간 88주년, 그리고 제52회 신문주간을 맞아 이 같은 언론의 원점(原點)을 생각하며 진정한 국리민복의 편에 확고하게 설 것을 거듭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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