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정위 ‘盧코드 관료들’ 체질 바뀌겠나

  • 입력 2008년 3월 31일 02시 57분


공정거래위원회는 28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 조사방식을 현실에 맞게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현행 자산 2조 원 이상에서 5조 원 이상으로 높여 상호출자금지 대상기업을 줄이기로 했다. 재계가 투자의 큰 걸림돌로 꼽았던 출자총액제한제도 역시 상반기 안에 폐지할 계획이다. 공정위가 없애겠다고 발표한 규제 중 상당수는 국내외 경제환경 변화에 맞지 않아 진즉에 없앴어야 했던 것들이다. 기업들이 겪은 불편과 불이익을 생각하면 전례 없는 규제 완화라고 생색 낼 일이 아니라 여태껏 존치시킨 데 대해 맹성(猛省)부터 할 일이다.

공정위는 업무보고에서 ‘당연한 규제 완화’를 다짐했지만, 노무현 정부 때 정권의 하수인집단으로 전락해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기업 옥죄기와 비판신문 짓밟기의 선봉에 선 데 대해서는 반성하는 기미가 없었다. 공정위는 신문고시를 개정해 주로 정부에 비판적인 신문의 본사는 물론이고 시골지국에까지 과징금 부과라는 칼을 휘둘렀다. 공정위 신고포상금 지급 건수의 약 90%가 신문과 관련된 것이었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코드’에 맞춰 언론 탄압의 행동대장 노릇을 한 김원준 시장감시국장을 공정위 업무를 총괄하는 사무처장 직무대행으로 사실상 승진시켰다. 김 씨는 지난해 3월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3개 신문의 본사에 대한 5억5200만 원의 과징금 부과를 주도했다. 신문을 헐뜯는 수기(手記)를 공모해 국민 혈세로 상금을 주는 일도 했다. 이런 사실을 알고도 김 씨를 중용했다면 이 정부의 공직자관(觀)과 언론관이 의심스럽고, 모르고 했다면 이 또한 한심한 일이다.

이 대통령은 “공정위는 사고(思考)를 많이 바꿔야 한다. 완전히 새로운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씨를 중용한 것은 새로운 체제로의 전환이 아니라 구체제를 온존시키는 것이다. 공정위가 진정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Friendly) 행정을 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정위는 반(反)시장 반(反)언론 정책에 대한 반성과 함께 인적 쇄신을 선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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