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최석식]이소연 우주인의 푸짐한 선물

  • 입력 2008년 3월 31일 02시 57분


대한민국도 이제 며칠 뒤인 4월 8일이면 우주인을 갖게 된다. 2004년 10월부터 2006년 1월까지 과학기술부 차관으로서 우주인 배출을 준비했던 필자로서는 숨죽이며 기다려지는 날이다.

우주인이 고산 씨에서 이소연 씨로 바뀐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모두 한국인이 아닌가. 사실 내심으로는 더 반겼다. 그렇게 되면 국민에게 주는 끌림 효과가 더 커지고, 재능 있는 여성들을 과학기술계로 더 많이 진출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처음 우주인 배출사업에 착수했을 때 많은 사람이 큰돈을 들여 1회성 사업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우려 섞인 반응을 보였다. “쇼를 한다”는 극단적인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우주 개발은 단순히 경제성 이상의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주 개발력은 국력의 척도이고 국민의 자긍심을 높여 주는 호재다. 더구나 우주인 배출사업은 국민의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높이기 위한 포석이다. 우주인은 청소년과 그 부모, 나아가 전 국민에게 파고들기에 적합한 소재다. 이 기회에 바이오기술, 나노기술, 에너지기술, 환경기술과 같은 첨단 과학기술에 대한 중요성도 함께 강조하고 싶었다.

마침 4월 8일은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달포밖에 안 되는 시기다. 우주인의 활동모습이 한반도의 각 가정에 전송되는 그 시각에는 모두가 일손을 멈추고 TV 앞에 모여들 것이다. 이때 우주에서 펄럭이는 태극기는 5000만의 가슴 속에 우리도 드디어 해냈다는 기쁨을 안겨 줄 것이다. 우리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의지와 자신감을 북돋워 줄 것이다.

이소연 씨는 우주정거장에서 기초과학실험 13개와 교육실험 5개를 실시한다. 우주라는 무중력 환경을 이용하는 실험들이다. 우주공간에서의 식물의 발아·생장과 변이 실험, 한반도와 지구의 대기 및 기상 관측 연구, 우주시대를 대비한 차세대 메모리소자 실증 실험, 미세 중력상태에서 소질량 물체의 무게 측정 장비 개발, 무중력 상태에서 균일한 크기와 모양을 갖는 제올라이트 합성과 결정 성장 연구, 무중력 상태에서의 금속-유기 다공정 물질의 결정 성장 연구 등이 포함돼 있다.

어떤 것은 순수 기초연구이지만, 실용성이 높은 과제도 적지 않다. 이 같은 실험이 방영되는 동안 TV 앞에 모여든 시청자들은 과학수업을 받게 되는 것이다. 우주의 신비스러운 모습을 감상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과학의 세계에 빠져들 것이다. 마냥 어렵게만 느껴지던 과학기술에 재미를 붙이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는 이미 우주인 배출사업에서 의미 있는 효과를 거뒀다. 전통식품인 김치, 라면, 수정과 등이 우주식품으로 개발돼 우주식품 인증서를 받았다. 우리 전통식품이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다.

대한민국 우주인은 4월 19일 지구로 귀환한 이후에 더 많은 활동을 할 것이 분명하다. 우주인은 가는 곳마다 모여들 청소년과 성인을 우주과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과학기술의 세계로 안내할 것이다.

우주인으로 인해 국민의 과학기술 관심도가 한층 높아질 것이다. 과학기술을 통해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다.

2008년은 명실상부한 ‘우주개발의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다. 연말에는 또 하나의 쾌거가 기다리고 있다. 남해안의 외나로도에서 우리 과학자가 만든 발사체가 우리의 우주발사대에서 우주로 발사된다.

그것은 선진국 진입의 신호탄이다. 우주와 함께, 과학기술과 함께 힘차게 웅비하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장대하다.

최석식 한국과학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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