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나경환]기술-판로 맞춤형 지원, 强小기업 키우자

  • 입력 2008년 3월 26일 02시 50분


며칠 전 브러쉬월드라는 중소기업 사장이 연구원을 찾아왔다. 오랜 연구 끝에 개발한 일회용 칫솔과 면도기의 상품화를 앞두고 판로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서였다. 옥수수를 원료로 만든 이 제품은 폐기 후 땅속에 묻으면 종류에 따라 2개월에서 60개월 만에 썩는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32개국 국제특허도 획득했다.

일회용 칫솔과 면도기는 국내에서만 하루 300만 개 이상 소비된다. 이를 제조하기 위한 합성수지 사용량이 연간 3만 t을 넘는다. 합성수지는 100년이 가도 썩지 않는 골칫거리다. 이런 상황인데도 생분해성 원료를 쓴 칫솔과 면도기의 판로 개척이 쉽지 않다고 한다. 일회용 칫솔과 면도기를 많이 쓰는 숙박업소나 목욕업소가 구입을 꺼리기 때문이다. 친환경제품에 대한 인식수준이 높지 않은 탓이다. 세계에서 유일한 기술을 개발해 놓고도 판로를 찾지 못해 사장된다면 그 손실은 한 기업에만 그치지 않는다.

우리 연구원과 업무협력을 맺은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으로부터 ‘온리원(Only-One) 일본기업 50’이란 제목의 책을 선물로 받았다. 이 책에 소개된 50개 기업은 모두 유일기술을 통해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그 유형은 크게 4가지. 첫째는 기술지향형 중소기업, 둘째는 신기술 개발로 새 시장을 개척한 중소기업, 셋째는 생산체제를 혁신해 고품질을 실현한 중소기업, 넷째는 해외시장을 공략해 성공한 중소기업이다.

이들은 모두 빅 컴퍼니(Big Company)보다는 굿 컴퍼니(Good Company)가 목표로, 독창적 기술을 발전시켜 성공을 이뤄냈다. 전 산업체의 99%가 중소기업인 우리의 경우 굿 컴퍼니를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 유일기술을 소유한 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을 정착시킨다면 수많은 강소기업을 키워낼 수 있다.

지금 중소기업은 새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의지에 거는 기대가 크다.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정책을 강화함으로써 지원의 질적 수준을 높이려는 관련 기관들의 발걸음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상생협력 간담회’를 열고 ‘대·중소기업협의체’를 설치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두 단체는 정부와 공공기관이 중소기업 물품을 구매하는 공공구매제도를 대폭 확대해 중소기업의 판로 지원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반가운 소식이다. 특히 신기술 개발 못지않게 신제품의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는 자생력을 갖출 때까지 안정된 판로를 열어주는 별도의 지원책이 필요하다.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물건을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만 중소기업으로서는 상품화 이후의 판로 개척에서도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기 때문이다.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지원 정책은 이처럼 실수요자인 중소기업이 원하는 지원을 제공해 주는 데 있다. 성격이 다른 중소기업들의 요구를 잘 파악해 온리원 기업으로 키우는 것이 지원 기관들에 남은 가장 큰 숙제다.

나경환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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