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은아]일감 줄어든 현대차 노조, 해외공장만…

  • 입력 2008년 3월 12일 02시 59분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11일 노조 홈페이지에 ‘해외 공장, 물량 문제 적극적인 대응으로 해결!’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노조는 “사측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해외 공장 건설과 해외 생산 확대에 이어 국내 공장의 물량 이관은 ‘노노(勞勞)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사측의 전략적 의도에 철저히 대응하고 물량 나누기에 대한 노조 내부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 노조는 임금 및 단체협상의 계절이 되면 자주 해외 공장 추가 건설과 생산 확대를 비판해 왔다. 노조 측은 “해외 생산이 늘면 국내 공장의 생산이 줄어 고용이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최근 소형차 판매 부진으로 현대차 울산1공장의 잔업과 휴일 특근이 없어지자 노조는 해외 공장으로 화살을 돌리려 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 소형차 ‘클릭’과 ‘베르나’를 생산하는 노조원들은 ‘2시간 잔업과 매달 휴일 특근 2회 보장’을 요구하면서 3일과 4일 공장 가동을 1시간씩 중단시키기도 했다.

작업 물량 감소에 따른 노조의 불안감을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해외 생산은 자동차 회사의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으로 변하고 있다. 한 현대차 임원은 “경쟁이 치열한 해외시장에 신속히 대응하려면 해외 공장을 거점으로 삼아 키워야만 한다”며 “해외 물량이 늘어난다고 국내 물량이 준다는 단순한 논리로 생각하면 회사는 세계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했다.

미국의 제너럴 모터스(GM)를 제치고 사실상 세계 1위 자동차회사에 오른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해외 생산을 2001년 178만 대에서 2006년 390만 대까지 늘렸다. 미국 포드자동차 역시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인도 시장에 5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중국에도 공장 신설을 계획하는 등 해외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회사가 살아야 노동자도 살 수 있다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이다. 해묵은 노사문제 등으로 해외 경쟁업체에 비해 생산성이 낮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현대차 노조가 세계적 흐름을 정확하게 읽고 좀 더 유연하게 변모하기를 기대해 본다.

조은아 산업부 ach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