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순천]코리아 브랜드 알리기, 문화외교가 제일

  • 입력 2008년 3월 6일 03시 00분


아프리카의 경제관료나 경제학자들은 1960년대 초반 한국의 경제가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 특히 가나보다도 못했거나 비슷한 수준이었는데 40여 년 동안에 급속도로 발전해 이제 세계 11위권의 경제발전을 이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아프리카와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차이가 무엇인지 궁금해 한다.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을 탄자니아, 르완다 등과 공유하는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이런 질문에 간단하게 답변하기 어려웠는데 뜻밖의 해답이 르완다의 폴 카가메 대통령으로부터 나왔다.

가장 주된 이유는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에는 아프리카에는 없는 문화가 있다는 것이다.

문화는 정신이고, 철학이며, 생활이다. 우리는 수천 년 동안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지녀 왔다. 지난 40여 년간 산업화와 경제성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바삐 살아왔으나, 최근 수년간 드라마 및 영화 등 한류에 열광하는 많은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사람을 보며 우리 문화의 소중함과 우수성을 돌아보는 계기를 갖게 됐다. 또 우리 경제발전의 기초는 문화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됐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다. 문화는 우리나라를 해외에 소개할 수 있는 주요한 수단이고, 문화와 경제가 융합됨으로써 국격이 좀 더 고양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글로벌 코리아와 문화외교를 강조하고 한국의 매력을 세계로 내보내겠다고 천명했다. 과연 우리는 우리 문화를 어떻게 세계 각국에 소개하고 경제활동에 접목시키며, 효과적인 문화외교를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의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켜 해외에 널리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이 같은 문화교류는 정부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도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민간단체인 ‘들소리’ 공연단의 해외 공연은 여러 나라에서 호평을 받았다. 이런 단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해외에서 인기인 음악과 영화, 드라마 등을 통한 우리 문화 소개 활동에 대해서도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겨울연가’나 ‘대장금’은 아프리카, 중동에서도 인기가 높지만 이들 나라는 정부의 지원 없이 상업적으로 우리 드라마를 방영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해외에서 한국현대미술전 개최, 우리 교향악단 및 음악가들의 활동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이번 미국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평양 공연을 보면서 우리도 유수한 교향악단을 대외관계에 활용한다면 문화와 국가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지난해 유엔본부에서 개최된 유엔의 날 기념 음악회에서 서울시향이 훌륭한 연주로 우리나라의 문화 수준을 유엔 주재 각국의 외교관 등과 뉴욕시민들에게 보여 줄 수 있었던 것이 좋은 예이다. 이와 함께 해외 한국학 연구 지원, 해외 유수 박물관의 한국실 설치 지원과 문화예술인 및 학계 인사들의 교류 증진이 소중하다.

문화외교는 정무 및 경제외교의 보조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우리의 브랜드를 해외에 널리 알리는 공공외교의 중요한 분야로서 그 자체가 우리 외교의 주요 과제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관련 조직, 인원 및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외교통상부와 문화체육관광부 간의 합리적 업무 조정과 국제교류재단이나 아리랑TV 등 관련 기관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이순천 외교통상부 본부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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