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홍콩처럼 경제 성과를 減稅로 돌려받는 날 올까

  • 입력 2008년 3월 1일 03시 01분


홍콩 정부가 작년 경제 호황으로 1156억 홍콩달러의 흑자를 내자 여기에 8%를 더 얹어 1250억 홍콩달러(약 15조 원)를 주민들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세금 감면이나 저소득층 지원 확대로 주민 1인당 평균 1만8000홍콩달러(약 220만 원)를 나눠준다는 얘기다. 흑자액에 8%를 더 얹은 것은 ‘감세의 경기부양 효과’를 염두에 둔 것이다.

홍콩은 인구 700만 명에 도시국가처럼 운영되는 데다 정부 부문은 흑자를 목표로 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 사례는 예외적이다. 그러나 우리가 배울 점이 많다.

첫째는 거액의 흑자가 친(親)기업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홍콩은 14년째 기업자유도 세계 1위를 유지할 정도로 기업 중시 정책을 폈다. 금융 당국은 규제 대신 금융기업들의 애로 해결에 더 힘썼다. 세계 100대 은행 중 80여 곳이 홍콩에 아시아태평양 본부를 두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중국 투자를 노리고 몰려드는 각국 기업은 서류 몇 건만 갖추면 하루 만에 법인을 세울 수 있다. ‘동북아 금융 허브’ ‘기업 하기 좋은 여건’을 외치기만 하는 우리와는 비교가 안 된다.

둘째는 ‘경제 성과는 주민 몫’이라는 시각에서 흑자 재원을 정부가 쓰지 않고 주민들에게 나눠 준 점이다. 이를 통해 민간경제를 더 활성화하려는 것이다. 현재 40%인 와인 관세를 이번에 아예 없애 홍콩을 아시아 와인의 메카로 키우려 하는 것이나 봉급생활자에게 소득세의 75%를 감면해 소비를 늘리고 경제 활성화를 유도하려는 정책도 참고할 만하다.

우리는 지난 5년간 기업 환경 개선은 소홀히 하고 ‘나눠주기식’ 복지를 위해 증세(增稅)에 매달렸다. 민간의 창의와 활력을 북돋우는 대신 ‘큰 정부’가 사사건건 개입 했다. 그 결과 잠재성장력이 감퇴하고 국내외 투자는 얼어붙었으며 국민의 가처분소득과 민간소비는 위축됐다. 이런 것이 지금 성장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이런 악순환 구조를 해소해 홍콩처럼 경제운용 성과를 국민에게 돌려주는 날이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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