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기독교는 ‘예수’ 불교는 ‘수행정진’

  • 입력 2008년 2월 14일 02시 58분


종교적 상징들 무슨 의미가 담겼을까

《“그리스도교의 물고기와 불교의 물고기는 어떻게 다른 건가요?” “우리 옛 그림이나 도자기에도 포도가 나오는데, 그리스도교의 포도와는 어떤 차이가 있죠?”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6월 4일까지 계속되는 ‘사해사본과 그리스도교의 기원’전. 전시장을 찾은 관객들이 이런 질문을 던지곤 한다. 동서양 종교와 전통 문화에 나타난 상징물들의 의미와 차이에 대한 궁금증이다. 이 전시는 1947년 사해(死海) 해안에서 발견돼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성서로 인정받은 사해사본(기원전 2세기경 제작)을 비롯해 고대 중세의 그리스도교 유물 800여 점을 선보이는 자리. 그리스도교를 상징하는 물고기와 포도나무, 그리스도의 승리를 상징하는 크리스토그램 등 다양한 종교 상징물을 만날 수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종교와 문화는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다양한 상징물이 만들어지는 법. 이들 동서양 상징의 의미와 차이를 들여다본다.》

물고기, 박해받을 때 그리스도교인 암호

그리스도교에서 물고기는 예수를 상징한다. ‘예수가 보리떡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5000명을 배불리 먹였다’는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에서처럼 물고기는 중요한 존재였다.

로마시대 박해를 받을 때 그리스도교인들은 물고기를 자신들만의 비밀스러운 암호로 사용하면서 물고기는 그리스도교의 중요한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당시 사람들은 물고기를 뜻하는 헬라어 ‘ΙΧΘΥΣ(익스투스)’라는 글자를 함께 사용했는데 이는 ‘예수 그리스도 하나님의 아들 구세주’라는 단어의 첫 글자를 모아 놓은 것과 같다.

木魚, 늘 눈뜬 물고기처럼 끊임없는 수행

불교에서 물고기는 수행정진을 상징한다. 물고기는 잠을 잘 때도 눈을 감지 않는다. 물고기처럼 잠을 자지 말고 수행정진을 하라는 의미를 지닌다. 사찰에 목어(木魚)를 만들어 매달아 놓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 전통 문화에서 물고기는 입신출세와 신분 상승을 상징한다. 15세기 전후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분청사기를 보면 유독 물고기 무늬가 많다. 특히 물고기 두 마리가 새겨진 분청사기엔 소과(小科) 대과(大科)에 잇달아 합격하라는 기원이 담겨 있다.

크리스토그램, 기독교인의 승리 상징

가톨릭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크리스토그램은 X와 P를 겹쳐 놓은 모양의 무늬. 그리스도를 뜻하는 헬라어 ‘Χριστοs’의 첫 두 글자를 겹쳐 놓은 것이다.

312년 로마 콘스탄티누스 대제는 꿈에서 이 무늬를 보았다. 이 무늬를 군대의 깃발, 방패 등에 붙이고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전투를 치러 승리를 거둔 뒤 313년 그리스도교를 해방시킴으로써 크리스토그램은 그리스도의 승리를 상징하게 됐다. 주사위는 그리스도의 수난을 상징한다. 로마 병사들은 주사위에 운명을 맡기고 내기를 걸곤 했다. 예수가 처형당했을 때 로마 병사들은 주사위 던지기의 결과에 따라 예수의 옷을 나눠 가졌으니,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이 아닐 수 없었다.

포도, 성경구절서 유래한 예수의 사랑

요한복음에는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으리라”라는 구절이 있다. 팔레스타인 땅에 많이 자랐던 포도나무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상징한다. 중세시대 이후 교회의 바닥이나 벽면 천장 등의 모자이크 장식에 포도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런 의미다.

우리 전통 문화에서 포도는 다산(多産)과 풍요를 상징한다. 이 같은 상징은 포도알이 많이 붙어 있는 포도송이에서 유래한 것이다. 국보 93호 백자철화 포도무늬 항아리(18세기)를 보면 포도 넝쿨을 잡고 줄을 타는 익살스러운 원숭이 한 마리가 그려져 있다. 원숭이를 뜻하는 한자 ‘후(후)’는 제후의 ‘후(侯)’와 중국식 발음이 같아 예로부터 원숭이는 높은 벼슬을 상징했다. 포도에 원숭이까지 가세한 것은 자식을 많이 낳아 그 자식들이 높은 벼슬에 올라 잘살았으면 하는 기대가 담겨 있는 것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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