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정부, ‘민간 도우미’와 생산적 共助가능할까

  • 입력 2008년 2월 5일 22시 25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후 맨 먼저 전경련을 찾아가 “어떻게 하면 기업이 투자할 것인지 (방법을) 제시해 달라. 직접 전화해도 좋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의 현장 경험과 지혜를 빌려 경제 정책을 펴겠다는 적극적 의지의 표현이었다. 전경련은 “수시로 현장 상황에 대해 청취할 통로가 필요하다”는 새 정부 측의 요청에 화답해 4대 그룹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90명의 전문가로 ‘경제 도우미’ 군단을 만들었다. 기대되는 대응이다.

자유기업원 최승노 대외협력실장은 “이 당선인은 삶 자체가 현장이었기 때문에 따로 민간 인재 풀이 필요 없을 정도로 현장 목소리에 밝고 귀 기울일 자세가 돼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역대 대통령들처럼 집권하자마자 곧 관료들에게 포위될 우려도 있다”고 내다봤다. 막상 청와대에 들어가면 밑바닥 정보가 차단되고 점점 ‘광청(廣聽) 아닌 편청(偏聽)’을 해 현장감이 둔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새 정부는 필요하다면 이 차기 대통령부터 경제도우미 군단과 수시로 만나 생산적 공조(共助)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새 정부의 핵심 경제포스트에 10년 전, 15년 전의 고위 관료들과 학계 출신이 대거 포진할 경우엔 더욱 그렇다.

오랜 정책운용 경험과 관리능력에 대한 검증을 받은 관료 집단은 잘만 기용하면 활용도가 높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10년은 말할 것도 없고 최근 몇 년 사이에 경제와 시장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官) 주도 경제의 틀로 세상을 바라본 사람들이 과연 그동안에 이루어진 국내외 시장의 변화와 역동성을 따라잡을 수 있을 만큼 스스로 변했는지 의문이다.

역대 정부가 초기 요직에 교수들을 많이 등용했다가 실패한 경험도 남의 일이 아니다. 학계의 이론과 아이디어는 말로 설명할 때는 그럴듯해도 그야말로 복잡다단한 현실세계에서 결과로서 성공할 가능성이 항상 높은 것은 아니다. 최근 대통령직인수위가 드러낸 몇 가지 정책 추진의 표류만 보더라도 선의(善意)의 아이디어라고 해서 곧 국정의 성공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정책의 인과(因果) 관계는 참으로 복잡하며, 시장을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이해하지 못할 부분도 많다.

새 정부의 인재 풀을 보완하는 의미에서도 전경련이 구성한 민간 도우미들이 할 일이 많다. 한 대기업 임원은 “목소리를 듣겠다고 모아 놓고 결국 자기들 마음대로 밀어붙여 민간을 들러리로 만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초의 CEO 출신 대통령 정부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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