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 기자의 digi談]글로벌시대의 답답한 쇄국정책

  • 입력 2007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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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전 세계 정보기술(IT) 기업들 사이에서는 미국 구글이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휴대전화용 소프트웨어인 ‘안드로이드’가 최대 화제입니다.

안드로이드는 휴대전화의 ‘윈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휴대전화에도 PC의 윈도와 같은 운영 시스템(OS)이 내장돼 있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모바일’, 미국 애플의 ‘맥 OS X’, 핀란드 노키아의 ‘심비안’ 등이 바로 기존의 휴대전화용 OS입니다.

최근 휴대전화가 나날이 똑똑해지면서 할 수 있는 작업이 컴퓨터 수준으로 많아지게 됐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로 PC를 완전히 장악했듯이 이제는 휴대전화 OS의 패권을 누가 쥐느냐가 IT 기업들의 초미의 관심사가 된 것입니다.

기존의 강자인 노키아는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은 이 자리를 호시탐탐 노려 왔습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구글이 뛰어든 것입니다. 인터넷 시장의 최대 강자가 된 구글이 휴대전화에 눈을 돌린 것만으로 나머지 기업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휴대전화 제조사 등에 무료로 제공한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순식간에 삼성전자, 모토로라, LG전자 등을 같은 편으로 만들어 냈습니다.

구글은 이를 통해 광고를 보는 대신 휴대전화 통화료를 무료로 할 계획도 있다고 합니다. 무서운 기세죠.

하지만 길고 짧은 것은 대 봐야 아는 법. ‘아이폰’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애플, 윈도 모바일로 PC에 이어 휴대전화 시장 장악을 노리는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기세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와 같은 치열한 경쟁의 산물은 소비자를 즐겁게 만들 혁신적인 서비스들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회오리는 아쉽게도 바다를 건너 한국에까지 미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출시되는 휴대전화는 ‘위피(WIPI)’라는 소프트웨어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죠. 정부는 수년 전부터 이 같은 기술표준을 의무화했습니다. 정보통신부는 개인휴대정보기(PDA)와 스마트 폰은 제외라고 하지만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해외 기업들이 진입을 꺼리게 될 것 같습니다.

바다 건너의 치열한 경쟁과 창조를 보고 있노라면 폐쇄적인 정책을 선택한 우리의 시장이 너무 답답합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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