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창혁]아웃사이더

  • 입력 2007년 10월 24일 03시 03분


코멘트
‘아까시나무는 정상적인 숲의 반열에 서지 못하고 교란되고 파괴된 곳에서 집단을 키운다. 파괴된 곳에서 자리를 잡은 아까시나무는 그러나 자신들이 그토록 반항하던 것과 같은 또 다른 배타적 사회를 형성한다. 아까시나무는 안정된 숲으로의 이행이 이뤄져야 할 때에도 고집을 피움으로써 부정적 아웃사이더의 기질을 드러낸다.’(숲 생태전문가 차윤정 박사의 ‘아웃사이더의 존재이유’에서)

▷아까시나무가 부정적 아웃사이더라면 비목나무는 건전한 아웃사이더다. 비목나무는 신갈나무가 ‘정상적인 숲’을 만들 때까지 과도기적인 숲을 이끈다. 차 박사는 “비목나무가 아까시나무와 다른 점은 자생적 아웃사이더로서 적절한 견제를 받으며, 이 과정에서 정상적인 숲의 진행을 돕는다는 점”이라며 “아웃사이더가 부정적 집단으로 제거대상이 되지 않고 반드시 필요한 또 다른 인사이더가 되기 위해서는 (숲의) 전체적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 다트머스대의 데이비드 강 교수와 국립대만대의 황민화 교수는 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 10월호 공동 기고문을 통해 한국의 노무현 정부와 대만의 천수이볜 정부를 ‘양국 역사상 최초의 아웃사이더 정부’라고 규정했다. 기존 질서의 바깥(outside)에서 탄생한 정부라는 것이다. 인사이더로 변신한 아웃사이더들이 종종 그러하듯 두 사람은 기존 질서와는 또 다른 배타적 집단을 형성하면서 적을 만들었다는 진단도 했다. 아닌 게 아니라 노 대통령 취임 직후 어느 노사모 회원은 “아웃사이더로 출발하되 인사이더로 침투해 주류(主流)를 전복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마치 아까시나무처럼.

▷강 교수와 황 교수는 두 나라의 정치적 미래가 많은 사람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밝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유권자들의 눈에 지도자의 성격이나 스타일보다 정책이 우선순위를 차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차 박사가 전해 주는 ‘아웃사이더 나무’에 비유한다면 노무현 정권의 본질은 아까시나무에 가깝다. 그러나 국민이 아까시나무의 폐해에 눈을 떴기 때문에 그리 비관할 일은 아니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지 않을까?

김창혁 논설위원 ch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