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힘 센 공정위’ 퇴직자들도 호강한다

  • 입력 2007년 10월 23일 21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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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들어 공정거래위원회의 4급 이상 퇴직 간부 33명 중 25명이 법무법인(로펌)이나 대기업 등 공정위의 감독 대상 기업에 재취업했다. 이들은 그 기업에서 공정위가 매긴 과징금을 깎는 일을 주로 한다. 공정위 현직 간부는 과징금을 매기고 은퇴한 선배는 이를 해결하는 구조다. 심지어 자신이 과징금을 매겨 놓고 그 과징금 관련 행정소송을 대리하는 로펌으로 자리를 옮긴 간부도 있다.

공정위 직원들이 비싼 몸값을 받고 로펌에 진입하는 것은 공정위의 규제권력이 막강한 때문이기도 하다. 기업을 떨게 할수록 공정위 전관(前官)의 역할도 많아진다. 해당 업무에 대한 경륜도 필요하겠지만 이들의 ‘친정’에 대한 로비가 주효하리라는 계산도 있을 것이다.

공정위의 규제만능주의는 과징금 급증에서도 나타난다. 공정위가 작년에 매긴 과징금은 전년의 2.6배인 1752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다. 올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부과한 과징금의 37%(656억 원)는 소송에서 지거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되돌려 줬다. 무리한 부과였던 것이다. 최근의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가격규제조항’ 신설 시도도 공정위가 규제병(病) 증세를 드러낸 예다.

공정위의 권한 비대화는 정치권력에 대한 충성과 대가(代價) 관계를 이루는 듯하다. 공정위의 3개 소위원회 중 제2소위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및 부당 내부거래, 공기업의 불공정 행위, 기업결합 등을 담당한다. 업무영역이 이렇게 넓지만 2004년 이후 처리한 안건 중 84%가 신문사와 관련된 것들이다. 그 가운데 88%는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에 집중돼 있다. 중소기업급 신문들을 못살게 구는 데 귀한 세금과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공정위는 현장조사권, 계좌추적권, 자료제출요구권을 손에 쥔 준(準)사법기관이다. 공정위의 행정 편의를 위해 너무 많은 권한을 부여한 것도 문제지만 이런 기관이 정권에 맹종하면서 특권에 안주하고 기업 투자와 시장의 활성화를 오히려 방해하니 더 문제다. 노무현 정부의 공정위가 경제 및 민생 회복에 기여한 바가 있는지, 아니면 역기능이 더 컸는지 엄정하게 심판할 날이 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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