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기후변화 약소국

  • 입력 2007년 10월 1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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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의 아름다운 섬나라 투발루는 이 순간에도 서서히 바닷물에 잠기고 있다. 8개의 섬 중에서 2개가 이미 잠겼다. 만조 때면 거센 파도가 가정집 뒤뜰로 밀려들고 국민은 호주와 뉴질랜드에 집단이민을 신청해 놓고 있다. 투발루는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 땅이 없어질 위기에 처한 도서국가연합(AOSIS) 회원국이다. 투발루와 같은 섬나라들은 기후변화의 최대 피해국이다.

▷세계적 금융그룹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기후변화가 향후 세계경제를 주도할 가장 큰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기후변화는 자본과 생산성에 영향을 미쳐 글로벌 경제를 약화시키지만 국가별 대처 능력에 따라 호재(好材)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 일본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가 도약의 기회를 맞은 그룹이다. 국토의 위도가 높아 기후변화의 영향을 덜 받는 반면에 일찍부터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방향으로 경제체제를 정비한 나라들이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같은 산유국들은 경제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풍부한 석유와 가스로 오일머니가 넘쳐 나지만 석유자원 수출에 의존하는 단일경제구조에서는 가장 먼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같은 자원부국이지만 브라질은 상황이 다르다. 바이오연료 분야에서 큰 잠재력을 갖고 있어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브라질은 대체에너지인 에탄올 시장을 선점해 미국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한국은 산유국도 아니고 섬나라도 아니다. 그런데도 미국 호주 폴란드와 함께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그룹으로 지목됐다. 이 그룹은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다. 기후변화는 보호주의(Protectionism)를 초래해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을 증가시키는데, 한국과 같은 이머징 마켓이 가장 취약하다. 그래도 희망이 없진 않다. 한국은 기후변화 적응력이 뛰어난 나라로도 평가받고 있다. 기후변화 약소국으로 전락할 것인지, 강대국으로 도약할 것인지가 우리 손에 달렸다는 얘기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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