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정형민]‘이종간 체세포 연구’ 무조건 막아서야

  • 입력 2007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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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윤리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다음 달부터 시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동안 연구가 금지되었던 체세포 핵이식 연구가 재개된다는 사실에 찬성을 표한다. 아직 유효성이 입증되지는 않았으나 치료 목적 외에도 체세포 핵이식 연구가 지니는 의미는 매우 크다. 체세포 핵이식 연구는 환자의 면역거부 반응을 완벽하게 극복할 수 있는, 현재로서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이에 비해 체세포 복제 연구는 환자 치료 목적 외에도 발생학적으로 분화과정이 모두 끝난 체세포가 어떻게 수정 상태로 되돌아가서 개체발생 또는 줄기세포로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수많은 의구심을 해결할 방법을 제시하는 연구 분야다. 이를 통해서 얻는 수많은 지식과 정보는 궁극적으로는 질병의 원인과 치료기술의 개발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문제는 이런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고 따라서 엄청나게 많은 연구용 난자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연구용 난자 사용에서 야기되는 많은 문제를 우리는 황우석 사태에서 이미 경험했다.

생명윤리법 시행령 개정안은 극히 제한된 범위에서 연구용 인간 난자의 사용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난자에 동물의 체세포를 이식하는 행위와 반대인 동물의 난자에 인간의 체세포를 이식하는 이종 간 체세포 핵이식을 원천적으로 금지했다. 국가생명윤리위원회의 결정은 많은 모순점을 안고 있다.

우선 체세포 핵이식 연구가 동물에서조차 아직도 많은 문제점을 지닌 연구 분야라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한다. 많은 줄기세포 전문가는 한결같이 이종 간 체세포 핵이식을 통한 배아의 착상금지 조항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동물의 난자를 이용한 인간의 체세포 핵이식 연구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줄기세포 연구자의 공통적인 주장이다.

연구의 가능성과 효율이 지극히 낮은 현시점에서는 무리하게 인간의 난자를 사용하기보다 오히려 동물의 난자를 이용해 충분한 기술적 노하우를 습득하고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초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영국은 올해 8월 동물 난자에 대한 인간 난자의 체세포 핵이식 연구를 공식적으로 허용한 바 있다.

이종 간 핵이식은 자칫 이를 자궁에 이식해 개체 발생을 시도한다면 사회 윤리적으로 많은 혼란을 초래할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반드시 금지해야 한다는 국가생명윤리위원회의 결정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사회 윤리적 문제에 대해 걱정한다면 오히려 인간의 난자나 배아를 사용하기 전에 동물의 난자나 배아를 충분히 이용해 기초연구를 하는 편이 낫다.

이미 국내에는 많은 복제 전문가와 배아줄기세포 전문가가 있기 때문에 공동연구를 통해 매우 효과적인 연구 수행과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생명윤리법 테두리에서도 충분히 관리감독이 가능한 연구 분야이다. 현행 생명윤리법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임신 외 목적으로 배아를 생성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과 동물의 난자를 인간의 자궁에 이식하는 행위에 대한 엄격한 금지 조항이 있다.

인간의 난자를 사용하여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를 재개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100% 찬성하지만 이를 위해 기반기술을 구축하고 효율성을 증대하려면 인간의 난자를 이용한 연구 외에도 동물의 난자를 이용한 인간의 체세포 핵이식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이 생명과학자가 최소한의 인간 난자를 이용해 연구하려는 의지다. 영국의 사례와 같이 적극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형민 차병원 통합줄기세포 치료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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