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기업 방만경영, 盧 정부가 부추겼다

동아일보 입력 2007-10-01 23:01수정 2009-09-26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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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광고공사는 창립기념일이라고 전 직원에게 200만 원짜리 노트북 컴퓨터를 지급하고 월 5만 원의 체력단련비 수당을 신설했다. 철도공사의 ‘회사 일 안 하고 임금 받는’ 노조 전임자(專任者)는 정부 기준인 21명의 3배가 넘는 64명이다. 마사회는 명예퇴직자에게 3년간 건강검진 및 경조사비 지원을 약속했다. 기획예산처가 국회에 보고한 공기업의 방만 경영과 노사 간 나눠 먹기 실태는 ‘신이 내린 직장’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공기업들이 부실의 책임은 국민에게 떠넘기면서 벌이는 ‘퍼먹기 잔치판’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엄한 시어머니 역할이 아니라 방조자 노릇을 하고 있다. 정부가 앞장서서 공기업의 나눠 먹기 경영을 부채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환위기 직후 김대중 정부는 ‘공공부문 개혁’을 4대 개혁과제의 하나로 정해 조직을 줄이거나 민영화하려고 나름대로 노력했다. 하지만 현 정권은 대통령직인수위 시절부터 재벌 개혁을 구실로 공기업 민영화 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표방했다. 1년 뒤엔 37일간 파업한 한국전력 노조에 밀려 민영화 중단을 선언했다. 공기업 민영화는 이 정부의 로드맵에서 빠져 버렸다. 좌파 성향의 국가 주도 경제, 큰 시장보다는 큰 정부를 선호한 노 정권의 속성에서 비롯된 일이다.

이 정권 사람들은 공기업을 전리품(戰利品)쯤으로 여기고 전문성 없는 정치판 한패들을 사장이나 감사로 내려보냈다. 화끈한 창립기념일 선물을 나눠준 방송광고공사의 사장은 인수위 대변인이었던 정순균 씨다. 방송기자 출신으로 대통령홍보수석을 지낸 이해성 씨는 조폐공사 사장이고, 국어 교사로 전교조 운동을 한 최교진 씨는 토지공사 감사가 됐다. 혁신감사포럼을 한다며 이구아수 폭포로 놀러간 공기업 감사의 상당수가 이런 낙하산이다. 노 대통령은 ‘낙하산’에 대해 “경험 부족이 오히려 장점이다”는 어록을 남겼다.

정권의 낙하산이 공기업에 투하될 때 노조는 일단 저지투쟁에 나선다. 그러다가 곧 떡을 주고받으며 ‘노사 평화’를 연출한다. 그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국민이다. 한 공기업 감사는 “조직의 체질을 바꾸려면 노조와 전쟁을 해야 하는데 낙하산은 그 일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기업 개혁은 감독권을 가진 정부의 책임이다. 그러나 정부부터 몸집 불리기에 여념이 없으니 누구에게 공기업 개혁을 기대하겠는가.

▼바로잡습니다▼

△10월 2일자 ‘공기업 방만경영, 盧 정부가 부추겼다’ 사설에서 방송광고공사가 2006년 창립기념일에 직원들에게 노트북 컴퓨터를 지급한 것은 현 정순균 사장 때가 아닌 전임자 때였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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