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금 쓸 일만 만들 뿐, 稅制개편은 못하는 정부

동아일보 입력 2007-09-26 22:56수정 2009-09-26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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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에 정부가 내놓은 ‘2007년 세제개편안’은 ‘선거용’이란 비판을 받았다. 소득세 과표(課標)구간 상향 조정 등 그동안 반대해 온 감세(減稅)방안을 집어넣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중산·서민층의 세 부담을 덜어 주자는 것”이라고 했지만 일부 시민단체는 “조세개혁 과제를 부정하고, 대선을 앞두고 선심성 정책을 나열해 놓았다”고 혹평했다.

세제개편 방향에 일관성이 없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어 보인다. 세금의 틀을 다시 짜기 위한 큰 그림 없이 포퓰리즘 정치의 연장선에서 조세정책을 다루기 때문이다. 국내외 경제 상황을 예측하고 세수(稅收)를 추계하는 실력도, 국민에게 세금 부담을 어떻게 지울지에 관한 정치철학도 부족한 탓이다. 재정지출을 매달 3조 원씩 늘려 계산한 엉터리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을 거의 만점인 97점짜리 시스템이라고 평가할 만큼 무능한 정부다.

현 정부는 2년 전엔 고령화 및 저(低)출산에 대비하기 위해, 작년 초엔 양극화 해소 처방을 위해 세제를 대폭 정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번번이 시한을 넘겼다. 조세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 활동도 중단됐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어제 ‘세법체계 개편작업의 동향분석’ 보고서에서 “정부는 올해도 세법개편 작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바람직한 결과를 전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현 정부가 작년 8월에 내놓은 ‘비전 2030’ 복지정책은 대(對)국민 발표용에 그치고 말 것이다. 2030년까지 사업 집행에 필요한 1100조 원을 마련할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세금 쓸 일이 많아지니 비과세·감면을 줄여야 한다’던 정부와 ‘균형발전정책’을 편다면서 지방 기업에 법인세를 최대 70%까지 감면해 준다고 발표한 정부가 같은 정부이니, 기막힌 모순이다.

형평성 높이기, 국제기준에 맞추기, 과세 기반은 넓히고 세율은 낮추기 등 조세개편을 추진할 이유는 많다. 왜곡된 부동산세제 정비와 성장촉진형 세제로의 전환 등 이 정부에서 추가된 과제도 있다. 그렇지만 법 개정 일정 등을 감안하면 큰 개편은 다음 정부로 넘길 수밖에 없다. 실행방안을 만들 능력이 없는 정부는 편 가르기 식 ‘세금 궤변’도 접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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