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취재 통제, 꼼수 쓰지 말고 완전히 풀라

  • 입력 2007년 9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정부가 언론 통제의 근거로 삼고 있는 ‘총리 훈령’의 수정안을 다시 내놓았다. 두 달 사이에 네 번째 수정이다. 민주세계의 웃음거리인데도 정부는 아직도 사안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취재 제한조치의 일부를 기술적으로 완화할 것이 아니라 취재의 경쟁과 자유를 전면 보장해야 한다.

정부는 공무원이 취재에 응할 경우 ‘사전 협의, 사후 보고’토록 한 훈령 11조를 삭제하는 것으로 생색을 내려 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면담취재 장소를 통합브리핑센터 접견실로 제한한 12조의 삭제도 마찬가지다. “기자실에 대못질 하겠다”는 대통령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각 부처 내규만으로도 기자들의 공무원 접촉을 막을 수 있다. 언론자유에 대한 기본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통합브리핑센터 설치도 악의(惡意)에 가득 찬 취재 방해다. 경기 과천시 정부청사에 통합브리핑센터를 두고, 서울 반포동의 기획예산처를 담당하는 기자들에게 ‘와서 듣든지, 말든지 하라’는 것이다. 이는 4800만 국민에게 ‘세금은 제때 내고 정부 돌아가는 내용은 천천히 알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세계는 분초를 다투며 돌아가는데, 우리나라는 기자뿐 아니라 공무원들도 과천과 반포를 오가며 시간과 예산을 낭비하라는 것이기도 하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그제 “기자실 문제는 집권하면 확실히 원위치하겠다”고 밝혔다. 대통합민주신당의 손학규, 정동영 후보도 ‘전면 재검토’를 약속했다. 5개월 뒤면 사라질 통합브리핑센터 공사에 55억 원의 혈세를 쏟아 붓는 것이 정상인가. 잘못했으면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한다. 이 나라가 ‘대통령 심기(心氣) 관리’를 위해 존재할 수는 없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