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SOC 공사현장의 ‘정부 하도급 횡포’

  • 입력 2007년 9월 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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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의 동맥(動脈)이라는 도로와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공사 현장은 예상보다 훨씬 암담했습니다. 발주처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예산을 제때 받지 못해 곳곳에서 파행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예산 부족으로 공사 기간이 늘어나면서 건설회사가 부담하는 인건비와 운영비 등 현장 관리비도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었습니다.》

▶본보 3일자 A1·10면 참조

▶ 409개 SOC 공사현장중 194곳 중단-연기 ‘파행’

▶ 5.8㎞구간 4년간 450m공사 “그만둬야 할 판”

▶ 2004년 교통혼잡비 23조 경부고속도 2.5개 건설비

상당수 건설회사는 정부에서 공사비를 받지 못한 채 자체 자금을 투입해 ‘외상 공사’를 하고 있었으며 이에 따른 금융비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추가 부담에 대해 건설회사가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한건설협회가 전국 409개 SOC 공사 현장을 총괄하는 21개 건설회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는 이 같은 실태를 잘 보여 줍니다. 전체의 43%에 해당하는 9개사는 사전공사에 따른 금융비를 전혀 보상받지 못했습니다. 전액 보상받은 곳은 1개사뿐이더군요.

공공 건설 공사에서 건설회사는 정부의 횡포 앞에 속수무책입니다. 한 건설사 현장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정부에 추가 부담을 청구하는 것은 앞으로 정부 공사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에요. 밉보이거든요. 잘 아시면서….”

다른 현장의 관계자는 “외국 건설회사가 국내 시장에 들어와 이 같은 피해를 보고 정부를 상대로 세게 소송이라도 붙어 줘야 정부의 구태(舊態)가 개선될 것 같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는 지난해 국회예산정책처가 “공기가 연장되면 현장 관리비 과다 투입으로 시공사 수익성이 악화돼 정부 귀책사유로 계약당사자의 소송 가능성이 높다”며 “예산 상황이 계속 어려우면 정부를 상대로 소송제기가 빈발한 것”이라고 경고했던 사안이기도 합니다.

현 정부는 그동안 공정거래위원회를 앞세워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에 대해서는 철저히 조사해 왔습니다. 하지만 정작 정부가 발주한 공사에 대해서는 공사비도 제때 주지 않는 등 민간회사를 상대로 불공정 거래 행위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이율배반적 행태에 대해 정부가 어떻게 해명할지 궁금합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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