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인철]교원단체 눈치보는 금배지

  • 입력 2007년 7월 25일 02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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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6월 11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국회 교육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인 임해규 의원과 조찬 회동을 했다. 김 부총리는 서울대 교수 시절 임 의원의 박사학위 논문 지도를 맡은 인연이 있다. 이 때문인지 임 의원은 지난해 8월 김 부총리 인사청문회 때에는 깍듯이 예우해 눈길을 끌었다.

이 시기는 국회에서 발목이 잡힌 교원평가제 법안이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교육부가 국회를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펴던 시점이었다. 김 부총리는 “지금 교원평가제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2008학년도 전면 실시는 물 건너간다”며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임 의원은 “평가 결과가 인사에 반영되지 않아 효과가 없는 만큼 근무평정제도 및 성과급과 연계해야 한다”는 논리로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김 부총리는 제자에게 너무 섭섭했던지 얼굴도 쳐다보지 않고 헤어졌다고 한다.

비단 임 의원뿐 아니라 교육위의 다른 의원도 대부분 비슷한 이유로 난색을 표시했고 결국 교육위 법안심사소위는 “교육부가 9월 정기국회에서 대안을 내놓으라”며 일단 뒤로 미뤘다.

그러나 교육부는 교단에 새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추진한 교원평가제가 무산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정기국회에서 질질 끌 경우 내년 5월 17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이 법안은 자동 폐기되기 때문이다.

의원들이 겉으로는 교원평가제에 찬성하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교원단체의 조직적인 ‘압력’에 정부가 수용하기 힘든 조건을 내걸어 사실상 가로막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반쪽 평가’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현재의 평가제 안에 대해서도 교원단체가 죽기 살기로 반대하는 판에 근무평정이나 성과급까지 묶는 것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의원들이 몸을 사리는 이유는 12월 대선과 내년 4월 총선 때문. 각 정당은 교원평가제를 밀어붙일 경우 40만 교원을 자극해 대선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당론도 정하지 않고 의원 개인의 판단에 맡겨 둔 것이다.

의원들은 법안의 옳고 그름보다는 어느 대선 후보에게 줄을 서야 다음 총선에서 공천을 보장받고 정치 생명을 연장할 수 있을까에 온통 신경을 쓰고 있다. 교원평가제 도입에 앞장섰다가는 설사 공천을 받더라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낙선운동이라도 벌인다면 당선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교조도 의원들의 이런 약점을 간파하고 6월 임시국회 때는 의원 지구당사 농성, 사무실 항의 방문, 팩스 보내기 등을 통해 ‘위세’를 과시했다. 평교사 출신으로 당선된 이원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도 “학부모를 평가에 참여시키는 것은 교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우리 정책을 지지하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뽑겠다”고 특정 후보 공개 지지 방침을 밝히고 있다.

전교조와 교총은 이념과 노선은 달라도 교원평가제 저지에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치인들은 제 살기에 바빠 학부모가 뭘 원하는지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그렇다면 학부모들도 의원들이 교원평가제에 어떤 견해를 보였는지 눈여겨 보았다가 다음 선거에서 한 표로 ‘응징’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인철 교육생활부장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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